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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리지구매 “국정자원 화재, 작전명 화재 차이나”···국가적 재난마다 퍼지는 혐중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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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10-04 02:25 조회1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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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리지구매 지난 26일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자 근거 없는 ‘혐중’ 음모론이 다시 퍼지고 있다. 이 사태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주장이 주요 내용인데 지난 29일부터 시행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그럴싸한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SNS에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이 제기되면 유투버들이 이를 받아 급속도로 퍼뜨린다.
지난 26일 밤부터 엑스(X·옛 트위터)에는 “공교롭게 중국인 무비자 입국 시행 직전 주말에 화재가 발생했다”, “(국정자원) 화재는 한국의 모든 민간데이터를 중국에 넘기려는 시도”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어 지난 29일 구독자 22만여 명을 보유한 한 유튜버는 영상을 올려 ‘국정자원 화재가 단순 화재가 아닌 ‘작전명 화재차이나’이며, 부정선거 데이터를 모두 사라지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도 “국정자원 화재로 전산화가 망가져 수기 작성으로 (중국인들이) 입국하는데, 신분증도 아무거나 복사해 내면 된다”며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제2의 홍콩·신장 위구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음모론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확산했다. 보수단체 ‘민초결사대’는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집회를 열어 “(국정자원 화재의)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한시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단체는 서울 명동 일대에서 ‘혐중 집회’를 벌이다 경찰에게 집회 제한 통고를 받았다.
법무부는 지난 28일 설명자료를 내 음모론을 반박했다. 법무부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법무부 소속 기관에서 별도 관리돼 이번 화재와 관계가 없다”며 “출입국 심사 관련 기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도 근거 없는 음모론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문제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무비자 입국 중국인들의 범죄 행위·전염병 확산에 국민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시비를 거는 낯선 사람을 직접 응대하지 말고 신고·촬영을 하라”거나 “인적 드문 곳·야외 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 짝을 이뤄 이동하라”고도 덧붙였다.
음모론은 구체적인 협박글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중국인 무비자 관광객이 내일 아침 7시 모든 학교 앞에서 칼부림함’이라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이날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영남 지역에 연달아 큰 산불이 났을 때도 “산불이 금속성 물질을 써 방화한 것이며 중국인이 개입돼 있다”는 등 음모론이 퍼졌다. 국가적 재난·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를 특정 국가나 민족의 범행으로 단정 짓는 행태가 반복된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음모론은) 혐오 문제가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이대로 두면 어떤 집단에 대해서든 차별·혐오가 재생산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혐중’에 초점을 두는 것을 넘어 어떤 집단에 대해서든 혐오·차별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혐오·차별금지법 제정 등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를 맞아 한 목소리로 ‘민생 우선’을 다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민주당의 목표는 어제보다 나아지는 국민의 삶”이라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들이 바라는 건 유능한 정책정당·민생정당”이라고 했다. 의례적인 명절 인사용 다짐일 테지만 극단 대결만 난무하는 상황에 이런 말조차 반갑게 느껴지는게 요즘 정치 현실이다. 여야가 진보·보수를 떠나 국민들이 바라는 ‘문제 해결의 정치’로 한가위를 풍요롭게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진정 민심을 따르는 민생의 정치를 할 요량이라면 필요한 것은 ‘협치’, 한가지일 것이다.
지금의 정치 현실을 맘 편히 바라볼 이들이 얼마나 될까. 70여개 민생법안 처리가 여야의 극한 대치로 발목이 잡혀 있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을 응급의료법, 산불 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 정쟁 대상이 돼선 안될 법안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거대 여당의 완력 탓을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이들 법안을 69박70일 필리버스터로 볼모삼겠다는 것은 터무니 없다. 민주당이 당심을 앞세워 ‘조희대 청문회’ 같은 강경 기조를 바꿀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걱정스럽다.
여야 모두 명절 앞 민심의 경고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청래 대표 체제이후 민주당은 한때 두배 가깝던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로까지 좁혀졌다. ‘다수 민심’의 열쇠라 할 중도층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일 NBS 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난맥상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까지 끌어 내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한달 장동혁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도 극단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는 줄타기로 일관하면서 내란 세력과 온전히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의 도를 넘는 발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이래서는 중도층은커녕 과거 지지층이던 합리적 보수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조차 버거울 것이다.
여야가 힘을 모을 접점이 없지 않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난항, 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 등 나라 안팎으로 난제들이 쌓여 있다. 우선 국민 80.1%가 ‘부당하다’(3일 리얼미터)고 여기는 미국의 3500억달러 대미투자 선불 요구 대응부터 한 목소리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민 다수가 바라는 12·3 내란의 철저한 청산과 검찰·사법개혁에도 뜻을 모아야 한다. 다만 제도 변화에는 늘 예상치 못한 허점이 있는 만큼 부작용이 없도록 세심하게 제도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 여당은 속도의 유혹을 버리고 공론에 힘 쓸 필요가 있다. 야당도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보다는 성공을 위해 지혜를 보태야 한다.
흥성스러워야 할 명절을 맞았지만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면서 국민들 근심도 깊어가고 있다.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의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여야는 겸허하게 추석 민심에 귀 기울이고 국민 삶을 최우선하는 정치를 행동으로 실천하길 바란다.
결혼식장은 도산하고 출산이 드물어졌다는 것은 결코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인구 절벽의 위기가 호소력을 가지면서, 청년 세대의 취약성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가 하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제적·제도적 정책이 논의됐다. 때로 싱글의 삶을 예찬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성긴 음모론도 제기됐다. 우렁찬 울음의 아이가 태어나려면 눈부터 맞아야 하는 게 순서라는 듯 중매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 모든 노력이 어쩐지 공허한 발길질인 것만 같다. 사랑과 결혼, 가족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은 비혼과 저출산이라는 흐름의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여성문학은 오늘의 사태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1999)은 영화 <밀애>(감독 변영주)로도 제작된 1990년대의 베스트셀러다. 이 소설은 통속성의 혐의에 시달렸다. 서른세 살의 주부 미흔은 불륜의 사랑에 빠지고, 아들마저 두고 집을 떠나기 때문이다. 대중소설은 여성 독자들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로 로맨스와 불륜은 공허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흔한 소재다. 그런데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유독 특별한데, 미흔은 불륜 사실이 발각돼 남편에게 죽지 않을 만큼 맞지만, 여느 주인공들처럼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미흔은 욕망이라는 추에 매달려 고속 회전함으로써 ‘정상’이라고 부르는 세상 밖으로 애써 튕겨 나가고자 한다.
미흔이 집을 떠난 것은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상처와 실망 때문이었다. 이 소설은 부분적으로 멜로드라마 형식을 취하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둔 날, 낯선 방문객이 찾아오고, 미흔은 남편 효경에게 내연녀가 있음을 알게 된다. 미흔은 스물한 살에 효경을 만나 “평생 동안 하나의 생을 온통 함께 사는 것”이 유일한 삶이라고 여겼기에 자신의 삶 전체가 부정당한 듯한 충격으로 극심한 두통과 만성적 우울증에 시달린다. 남편과 함께 ‘나비 마을’이라는 시골로 이주 후 미흔은 자신의 생애에서 특별한 날들을 겪게 된다. 사설 우체국 국장이자 기혼남인 ‘규’의 제안으로 사랑에 빠지면 만남이 종결되는 ‘구름 모자 벗기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자아를 되찾기 위한 제의적 성격이 짙다.
1990년대 한국 여성문학은 ‘제2물결’의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구호가 연상될 만큼 사랑, 섹슈얼리티, 가족 등 비밀스럽게 은폐된 ‘사적 영역’을 공론장으로 끌어 올렸다. ‘신세대 연애관’ 또는 ‘신세대 결혼관’이라는 이름으로 성과 사랑을 다시 쓰고자 했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듯이 여성 작가들은 사생활에 소설이라는 광학렌즈를 들이밀었다. 가족제도의 허위를 까발리고, 성과 사랑에 관한 불온한 상상력을 펼쳐 보였다. ‘사랑의 탈낭만화’로 명명되는 이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 은희경이 더 이상 사랑의 환상에 속지 않는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사랑 없는 세계를 자유롭게 떠돌겠다고 선언한다면, 전경린은 낭만적 사랑의 불일치와 역전의 힘에 주목해 섹슈얼리티의 모험을 강행한다.
1990년대에 낭만적 사랑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낭만적 사랑이 왜 문제인가? 대중화된 ‘낭만적 사랑’의 이야기들은 부유한 남자와 가난한 여자가 신분 차이에도 한눈에 반하고, 여성이 결혼으로 신분 이동의 기회를 획득한다는 상투적 문법을 공유한다. 재클린 살스비는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낭만적 사랑은 경제 결혼의 추악함을 은폐하기 위해 화려한 베일을 필요로 한다”, “로맨스는 박탈당한 자들의 반사실적 사고”라고 풍자한다. 로맨스 서사가 근대적 사회계약으로 남성은 권리를 가진 시민이 되지만, 여성은 그런 남자의 구원을 받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낭만적 사랑’은 여성에게 보수적인 품행지침서로 기능한다. 낭만적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 가족(결혼과 재생산), 섹슈얼리티를 일치시킴으로써 남녀 모두에게 순결의 의무를 부여하는 듯하지만, 언제나 억눌리는 것은 여성의 욕망이다. 그래서 슐라미스 화이어스톤은 성차별을 은폐하고 공고히 하는 사랑의 심장을 겨누지 못하는 여성해방 이론은 실패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전경린은 낭만적 사랑에서 탈영토화의 가능성을 찾는다. 낭만적 사랑은 봉건적 공동체주의가 해체되고 자본주의화가 진행돼 남성과 여성이 연애와 결혼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과 자율성을 행사하게 된 시기에 발생했다. 낭만적 사랑은 적어도 이론적으로 평등한 개인이 열정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자발적으로 성애적 관계를 실현함으로써 계급 질서나 가족 제도에 도전하는 급진 문화였다. 바로 이 점이 여성들이 낭만적 사랑에 열광했던 또 다른 이유였다. 가문 중심의 혼인제도 속에서 딸들은 영토 확장을 위해 교환되는 ‘아버지’의 재산 목록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트로피 걸로 남고 싶지 않은 여성들은 에로스의 날개를 이용해 아버지의 영토 바깥으로 나가고자 했던 것이다.
전경린은 특유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풀꽃들이 피어난 숲과 해변의 모텔 등 비현실적 풍경을 배경으로 정사 장면을 미학화한다. 마치 ‘신’을 만나 진정한 자아정체성을 창조하기 위해 일상의 언어를 버리고 상징계를 이탈하는 광신도처럼 미흔은 열정의 심연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수치심의 굴레와도 같았던 자신의 성적 육체에서 비로소 희열의 한 조각을 찾아낸다. 미흔은 아주 오래전에 여성이라는 성차화된 몸으로부터 내상을 입었다. 열세 살의 미흔은 크리스마스 날에 하숙생인 치과의사와 외출했다가 우연히 만난 아버지에게서 자신을 더러워하는 것 같은 시선을 읽었다. 이후 미흔은 지독한 결벽증에 시달리고 오염에 대한 공포인 양 후각 기관을 거의 닫아버린다.
여성의 수치심이라는 명명이 가능할 만큼 수치심은 여성의 자기 존재에 깊이 자리 잡은 감각이다.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여성의 정체성과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녀의 권력 관계를 구성하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감정인 것이다. 이 소설에는 폭력의 피해자지만, 수치심의 멍에를 짊어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휴게소 여자 ‘은연’은 열일곱 살에 강간을 당하고 그 충격으로 절에 들어가지만, 그 사실을 안 스님에게 쫓겨난다. 갈 곳이 없는 은연은 다방 여자가 되고, 자신을 산 손님과 결혼해 지독한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 은연은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수치의 낙인을 안고 정상 사회 바깥으로 내밀린다. 다른 한편으로 부희는 은연과 달리 강요된 수치심에 저항하며 쾌락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녀다. 열아홉의 부희는 연인이 떠난 후 아버지에 이끌려 만삭의 몸으로 공사장 인부와 결혼하지만, 연인과 우연히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지고 간부(姦夫)와 함께 시아버지를 살해한다. 부희는 법정에서 나는 사랑을 했을 뿐, 결코 부정하지 않다고 항변한다.
이처럼 전경린 소설이 보여준 섹슈얼리티의 모험과 통과제의는 한국 여성의 사회적·심리적 현실에 깊이 뿌리내린 재현이라는 점에서 감상적인 것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전경린의 소설은 초남성적 아버지들 밑에서 코르셋이 입혀진 채 자란 규범적인 여자아이들이 사랑을 하며 지독한 상처를 입고, 불온한 욕망의 축제를 통해 아버지의 집을 떠나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시대의 텍스트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불완전하지만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계급이나 민족문제 같은 거대 서사에 가려져 있던 가족과 사생활 등 친밀성 영역이 한국문학의 새로운 의제가 됐다. 광장의 민주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사적 영역의 민주화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여성해방의 물결을 경험했던 것을 염두에 두자면, 한국에서 페미니즘 물결은 상당히 뒤늦었던 것이다.
▼ 김은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지난시리즈] 은희경 ‘새의 선물’…우주선의 세계에 여성은 없다는 냉정한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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