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상위노출 AI 다룬 책 많은데 ‘먼저 온 미래’ 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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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9-17 02:25 조회1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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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상위노출 [주간경향]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은 기술 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넘어 인간의 질서와 위상을 되묻게 한 사건이었다. 장강명 작가의 논픽션 <먼저 온 미래>는 그 충격 이후 8년, 인공지능(AI)이 한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취재 대상은 전·현직 프로기사 29명과 관련 전문가 6인.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AI 도입이 바둑계에 남긴 구조적 변화를 따라간다.
작가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이후의 충격을 포석의 변화부터 입단 제도의 수정, 관전 문화의 쇠퇴, 프로기사 위상의 하락 등 바둑 생태계 전반에서 ‘인간 중심의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추상적인 예측이 아니라 특정 커뮤니티의 붕괴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양상을 심층 인터뷰와 현장 중심으로 그려낸다.
<먼저 온 미래>는 지난 6월 출간 이후 두 달 만에 8쇄를 돌파했고, 누적 판매 2만5000부를 기록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 기준 9월 4~10일 ‘미래예측’ 분야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제쳤다. 기술적 특이점·초지능을 다루는 기존 AI 전망서들과 달리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서사적 감각을 제공한 점이 독자 반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책은 출판계를 넘어 바둑계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8월 신한은행의 ‘세계 기선전’ 출범식에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이 책을 언급하며 바둑과 경영의 통찰을 얻으면서 이번 대회 후원을 결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AI가 특정 업종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방식은 바둑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가는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상황을 전망한다. 이 과정은 작가의 직업인 문학계를 비롯해 다양한 직업군에 적용 가능한 변화 양상으로 제시된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AI에 대한 기존 논의가 선험적 예측에 머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실제 현장을 깊이 취재해 AI가 커뮤니티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며 경험 기반의 흥미로운 사례 연구라고 평가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SF처럼 비약적이지 않으면서 현실적 기술 수준에 기반해 미래를 그려내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한 점이 시의적절하다라고 말했다.
현실에 기반한 서술은 독자들의 막연한 불안을 알파고 사건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리서치가 2024년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AI가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50%, 판단을 유보한 비율은 46%였다. 같은 기관의 2023년 11월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78%가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술에 대한 인식은 이미 일상의 불안으로 확산해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많은 사람이 AI에 대해 막연한 불안을 느끼지만, 대체로는 통계 중심으로 특정 직업군의 소멸 가능성만을 나열한다며 이 책은 그러한 막연함을 넘어서 AI가 개인의 삶과 어떤 접점을 맺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책은 단순히 일자리 상실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기반까지 질문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쓴다. 당신은 어쩌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 다른 업계 사람들까지 인공지능의 등장 앞에서 안전과 일자리를 지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설사 터미네이터를 막고 일자리는 지키더라도 어떤 인간적 가치들은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부서질 것이다. 글항아리 이은혜 편집장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기보다는 주로 업무 능력 등 지적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AI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게 될 경우 인간은 존재감을 상실하기 쉽다. 계몽주의 이후 축적되어 온 인간의 지적 기반이 AI로 인해 흔들리면서 인간 존재의 근거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를 책이 잘 드러냈다고 말했다.
결말에 이르러 책은 기술 발전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한다. 만약 그렇다면 공상에 잠긴 어린아이들을 사상가나 비저너리라고 불러야 하며, 실리콘밸리의 자칭 사상가들은 내 눈에 바로 그런 어린아이들로 보인다. 그들은 자신이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믿지만, 세상의 문제가 뭔지 정의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실패한다며 조속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론도 존재한다. 홍성욱 교수는 체스는 AI 도입 이후 오히려 더 활성화됐다며 바둑계의 사례가 곧장 모든 직업군으로 일반화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성우 응용언어학자 역시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이후 오히려 전 세계 프로기사 수는 소폭 증가했다며 알파고 제로 이후 인간 중에서 AI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없다. 그렇지만 프로기사들이 확 줄지 않았다는 점은 힘들어지긴 했어도 하나의 업계가 쉽게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책이 ‘기사’와 ‘소설가’라는 직업적인 관점에 집중돼 있다고도 말했다. 바둑이나 문학은 아마추어적 영역도 존재하는 만큼 전업 관점만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판단하는 점은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다.
결말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함께 책은 AI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 구체적 현장을 토대로 각자의 전망을 생각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은수 대표는 AI 이후의 세계에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님 속상하시죠. 어머님만 주사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게 아니니 힘내세요.
신예희 작가가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료진은 이렇게 위로했다. 미혼인데 어머님 소리를 들어 화가 난 게 아니다. 대개 ‘여자로서 생산의 소임을 다하였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악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엔 갱년기에 대한 뿌리 깊은 선입견이 담겨 있다.
몇년 전 한 드라마를 보는데 활달하던 엄마가 갑자기 불을 끄고 거실에 앉아 있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왜 저럴까, 아 갱년기다!’ 아들이 꽃다발을 건네니까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행복하게 마무리됐어요. 아니, 이렇게 끝난다고요?
신 작가는 단군 이래 최초로 1인 가구 비혼 여성이 갱년기에 접어드는 시대임을 상기시키며 갱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갱년기는 중년 여성, 특히 ‘엄마가 히스테릭해지는 시기’ 정도로 여겨졌다. 40대 중반 이른 완경을 맞으며 신 작가는 갱년기가 얼마나 과소평가되고 있는지를 체감했다. 보통 1년간 생리가 없으면 완경으로 진단하는데, 이후 평균 4~7년을 갱년기로 본다. 꽃다발로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 작가가 나열한 갱년기 증상만으로 이 지면을 채우고도 남는다. 안면홍조, 발한, 불안, 우울, 수면 장애, 질 건조감, 요로계 감염으로 인한 질염, 방광염, 근육통, 골다공증, 고지혈증, 가려움증 등등 외에도 ‘랜덤뽑기’처럼 불쑥불쑥 증상이 나타난다. 굵어지는 코털 등 여성 호르몬 감소로 인한 신체 변화도 기상천외하다. 그는 참으로 별일이 다 생겨서 성질이 더러워질 만하다고 표현했다.
‘천불’ 나는 다양한 증상 겪으며과소평가된 갱년기 치료 결심좌충우돌 경험 유쾌하게 엮어우아한 어른 되려면 체력 필수
체중이 불어도, 우울해도, 팬데믹 기간에 다들 그렇다니 그러려니 했어요. ‘사람 만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코로나가 끝나고 그게 아닌 것이 명백해진 거죠. 더 일찍 검사하고 확실한 완경인지 알아봤어야 했던 거죠.
문제는 이 모든 증상의 원인도,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다. 신 작가는 삶의 질이 다각도로 저하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섰다. 여성의학과냐, 노인성 질환 클리닉이냐. 첫걸음부터 갈팡질팡이었다.
생리 유도 주사와 비호르몬성 갱년기 증상 치료제를 복용해도 가슴속 ‘천불’을 꺼트리지 못한 신 작가는 호르몬 치료를 결심했다. 여성 호르몬 치료는 중장년 여성 커뮤니티에서도 찬반이 분분한 이슈다. 젊음의 연장에 필요하다는 의견과 자궁근종 발생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등 득실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또한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탓이다. 그는 자신의 약 복용 과정과 병행한 검사, 신체에 일어난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최근 출간한 <나이 드는 몸 돌보는 법>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26년 차 프리랜서이자 1인 사업자의 내공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갱년기 준비 가이드다. 구체적인 증상 일지는 일단 병원 상담 시 신빙성을 더했고, 이제 곧 갱년기에 접어들 이들을 위한 정보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집안의 유병자 내력이나 갖고 있는 질환에 따라 호르몬 치료의 반응도 다르게 나타나니까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야 해요. 병증의 치료제라기보다는 갱년기에 연착륙해 노화의 적응 기간을 부드럽게 하자는 거거든요. 선택의 문제죠.
인생의 우선순위 발기부전치료제구매 재조정이 필요한 갱년기의 필수 요소로 체력, 시간, 돈을 꼽은 그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솔루션은 운동이었다. 완경 시기에는 여성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갑작스럽게 체중이 늘어나기 쉽다. 20·30·40세대 운동 목표가 다이어트였다면, 중년은 달라야 했다. 주 4일 헬스장을 찾아 매주 새롭게 아픈 몸을 레고 조립하듯 운동한 그는 느리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아하고 너그러운 어른이 되려면 체력과 근육이 필수라는 그는 운동의 효능감을 알리고자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을 준비하고 있다.
신 작가는 2000년대 초부터 온라인에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목록을 올리며 현명한 소비를 돕는 영업왕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 경험을 담아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썼던 그는 이번 책에 안면홍조를 효과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연두색 컨실러 등 다양한 ‘잇템(it item)’을 추천했다. 힙합바지를 입었던 X세대의 갱년기 맞이는 이렇게 다르다. 신 작가는 갱년기는 결국은 생리에서 시작해서 생리에서 끝나는, 두 번째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생인 그는 생리는 ‘마법에 걸렸다’로, 생리대는 ‘그거’로 말하는 시대를 살았다.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은 우리 사회에 안전한 생리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생리대’라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언급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개인적인 갱년기 경험을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이제부터라도 갱년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관련 질환에 대해 어떻게 서포트를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다 보면 보다 나은 인식이 생기고, 좋은 정책도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작가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이후의 충격을 포석의 변화부터 입단 제도의 수정, 관전 문화의 쇠퇴, 프로기사 위상의 하락 등 바둑 생태계 전반에서 ‘인간 중심의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추상적인 예측이 아니라 특정 커뮤니티의 붕괴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양상을 심층 인터뷰와 현장 중심으로 그려낸다.
<먼저 온 미래>는 지난 6월 출간 이후 두 달 만에 8쇄를 돌파했고, 누적 판매 2만5000부를 기록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 기준 9월 4~10일 ‘미래예측’ 분야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제쳤다. 기술적 특이점·초지능을 다루는 기존 AI 전망서들과 달리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서사적 감각을 제공한 점이 독자 반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책은 출판계를 넘어 바둑계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8월 신한은행의 ‘세계 기선전’ 출범식에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이 책을 언급하며 바둑과 경영의 통찰을 얻으면서 이번 대회 후원을 결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AI가 특정 업종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방식은 바둑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가는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상황을 전망한다. 이 과정은 작가의 직업인 문학계를 비롯해 다양한 직업군에 적용 가능한 변화 양상으로 제시된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AI에 대한 기존 논의가 선험적 예측에 머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실제 현장을 깊이 취재해 AI가 커뮤니티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며 경험 기반의 흥미로운 사례 연구라고 평가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SF처럼 비약적이지 않으면서 현실적 기술 수준에 기반해 미래를 그려내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한 점이 시의적절하다라고 말했다.
현실에 기반한 서술은 독자들의 막연한 불안을 알파고 사건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리서치가 2024년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AI가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50%, 판단을 유보한 비율은 46%였다. 같은 기관의 2023년 11월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78%가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술에 대한 인식은 이미 일상의 불안으로 확산해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많은 사람이 AI에 대해 막연한 불안을 느끼지만, 대체로는 통계 중심으로 특정 직업군의 소멸 가능성만을 나열한다며 이 책은 그러한 막연함을 넘어서 AI가 개인의 삶과 어떤 접점을 맺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책은 단순히 일자리 상실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기반까지 질문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쓴다. 당신은 어쩌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 다른 업계 사람들까지 인공지능의 등장 앞에서 안전과 일자리를 지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설사 터미네이터를 막고 일자리는 지키더라도 어떤 인간적 가치들은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부서질 것이다. 글항아리 이은혜 편집장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기보다는 주로 업무 능력 등 지적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AI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게 될 경우 인간은 존재감을 상실하기 쉽다. 계몽주의 이후 축적되어 온 인간의 지적 기반이 AI로 인해 흔들리면서 인간 존재의 근거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를 책이 잘 드러냈다고 말했다.
결말에 이르러 책은 기술 발전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한다. 만약 그렇다면 공상에 잠긴 어린아이들을 사상가나 비저너리라고 불러야 하며, 실리콘밸리의 자칭 사상가들은 내 눈에 바로 그런 어린아이들로 보인다. 그들은 자신이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믿지만, 세상의 문제가 뭔지 정의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실패한다며 조속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론도 존재한다. 홍성욱 교수는 체스는 AI 도입 이후 오히려 더 활성화됐다며 바둑계의 사례가 곧장 모든 직업군으로 일반화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성우 응용언어학자 역시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이후 오히려 전 세계 프로기사 수는 소폭 증가했다며 알파고 제로 이후 인간 중에서 AI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없다. 그렇지만 프로기사들이 확 줄지 않았다는 점은 힘들어지긴 했어도 하나의 업계가 쉽게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책이 ‘기사’와 ‘소설가’라는 직업적인 관점에 집중돼 있다고도 말했다. 바둑이나 문학은 아마추어적 영역도 존재하는 만큼 전업 관점만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판단하는 점은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다.
결말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함께 책은 AI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 구체적 현장을 토대로 각자의 전망을 생각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은수 대표는 AI 이후의 세계에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님 속상하시죠. 어머님만 주사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게 아니니 힘내세요.
신예희 작가가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료진은 이렇게 위로했다. 미혼인데 어머님 소리를 들어 화가 난 게 아니다. 대개 ‘여자로서 생산의 소임을 다하였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악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엔 갱년기에 대한 뿌리 깊은 선입견이 담겨 있다.
몇년 전 한 드라마를 보는데 활달하던 엄마가 갑자기 불을 끄고 거실에 앉아 있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왜 저럴까, 아 갱년기다!’ 아들이 꽃다발을 건네니까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행복하게 마무리됐어요. 아니, 이렇게 끝난다고요?
신 작가는 단군 이래 최초로 1인 가구 비혼 여성이 갱년기에 접어드는 시대임을 상기시키며 갱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갱년기는 중년 여성, 특히 ‘엄마가 히스테릭해지는 시기’ 정도로 여겨졌다. 40대 중반 이른 완경을 맞으며 신 작가는 갱년기가 얼마나 과소평가되고 있는지를 체감했다. 보통 1년간 생리가 없으면 완경으로 진단하는데, 이후 평균 4~7년을 갱년기로 본다. 꽃다발로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 작가가 나열한 갱년기 증상만으로 이 지면을 채우고도 남는다. 안면홍조, 발한, 불안, 우울, 수면 장애, 질 건조감, 요로계 감염으로 인한 질염, 방광염, 근육통, 골다공증, 고지혈증, 가려움증 등등 외에도 ‘랜덤뽑기’처럼 불쑥불쑥 증상이 나타난다. 굵어지는 코털 등 여성 호르몬 감소로 인한 신체 변화도 기상천외하다. 그는 참으로 별일이 다 생겨서 성질이 더러워질 만하다고 표현했다.
‘천불’ 나는 다양한 증상 겪으며과소평가된 갱년기 치료 결심좌충우돌 경험 유쾌하게 엮어우아한 어른 되려면 체력 필수
체중이 불어도, 우울해도, 팬데믹 기간에 다들 그렇다니 그러려니 했어요. ‘사람 만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코로나가 끝나고 그게 아닌 것이 명백해진 거죠. 더 일찍 검사하고 확실한 완경인지 알아봤어야 했던 거죠.
문제는 이 모든 증상의 원인도,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다. 신 작가는 삶의 질이 다각도로 저하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섰다. 여성의학과냐, 노인성 질환 클리닉이냐. 첫걸음부터 갈팡질팡이었다.
생리 유도 주사와 비호르몬성 갱년기 증상 치료제를 복용해도 가슴속 ‘천불’을 꺼트리지 못한 신 작가는 호르몬 치료를 결심했다. 여성 호르몬 치료는 중장년 여성 커뮤니티에서도 찬반이 분분한 이슈다. 젊음의 연장에 필요하다는 의견과 자궁근종 발생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등 득실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또한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탓이다. 그는 자신의 약 복용 과정과 병행한 검사, 신체에 일어난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최근 출간한 <나이 드는 몸 돌보는 법>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26년 차 프리랜서이자 1인 사업자의 내공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갱년기 준비 가이드다. 구체적인 증상 일지는 일단 병원 상담 시 신빙성을 더했고, 이제 곧 갱년기에 접어들 이들을 위한 정보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집안의 유병자 내력이나 갖고 있는 질환에 따라 호르몬 치료의 반응도 다르게 나타나니까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야 해요. 병증의 치료제라기보다는 갱년기에 연착륙해 노화의 적응 기간을 부드럽게 하자는 거거든요. 선택의 문제죠.
인생의 우선순위 발기부전치료제구매 재조정이 필요한 갱년기의 필수 요소로 체력, 시간, 돈을 꼽은 그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솔루션은 운동이었다. 완경 시기에는 여성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갑작스럽게 체중이 늘어나기 쉽다. 20·30·40세대 운동 목표가 다이어트였다면, 중년은 달라야 했다. 주 4일 헬스장을 찾아 매주 새롭게 아픈 몸을 레고 조립하듯 운동한 그는 느리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아하고 너그러운 어른이 되려면 체력과 근육이 필수라는 그는 운동의 효능감을 알리고자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을 준비하고 있다.
신 작가는 2000년대 초부터 온라인에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목록을 올리며 현명한 소비를 돕는 영업왕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 경험을 담아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썼던 그는 이번 책에 안면홍조를 효과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연두색 컨실러 등 다양한 ‘잇템(it item)’을 추천했다. 힙합바지를 입었던 X세대의 갱년기 맞이는 이렇게 다르다. 신 작가는 갱년기는 결국은 생리에서 시작해서 생리에서 끝나는, 두 번째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생인 그는 생리는 ‘마법에 걸렸다’로, 생리대는 ‘그거’로 말하는 시대를 살았다.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은 우리 사회에 안전한 생리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생리대’라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언급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개인적인 갱년기 경험을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이제부터라도 갱년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관련 질환에 대해 어떻게 서포트를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다 보면 보다 나은 인식이 생기고, 좋은 정책도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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