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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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7-17 10:33 조회3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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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하며 여러 분야에서 제도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제도 개혁은 결국 법의 문제이기에 여러 법률가들이 관여하거나 외부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제도 개혁 과정에서 그 분야의 실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들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전문 분야는 오랜 생업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에 이해관계와 편견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은 원래 자기 일이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다. 나 같은 경우, 이혼소송에서는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가 있더라도 남의 일처럼 넘길 수도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청사에 출입하는 행정 절차는 조금만 까다로워져도 불편함을 호소할지 모르겠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은 다른 분야에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고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변화를 압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맡았던 사건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로 시작하는 분석은 대체로 위험하다. 모든 사례를 다 겪어봤을 리 없고 반대의 사례는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개혁이 논의되다 보니 ‘이렇게 하면 결국 범법행위를 막을 수 없어 나라가 망한다’ 또는 ‘저렇게 하면 과도한 규제로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보인다.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 비관적 전망을 만들어내기는 쉽다. 공정거래 정책을 이렇게 하면 시장경제의 수호자인 공정위의 법 집행 기능을 약화시켜 시장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나, 자본시장 규제를 저렇게 바꾸면 자본시장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쳐 기업은 활력을 잃고 외국인 투자가는 떠난다는 비관론을 엮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학폭 사건을 이렇게 하면 학교가 무너진다, 가정법원 사건을 저렇게 하면 당사자들의 삶이 무너진다는 주장을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런 예언이 현실화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내가 변호사 업무를 한 약 20년의 세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제도가 새로 생기고 바뀌었고 수많은 법률이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졌다. 어떤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러면 사회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나 한국의 법치주의는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는 더 발전했다. 한국은 여러 불안한 부분을 안고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봐도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다. 특정 제도가 바뀌었다 해서 나라가 망할 일은 없다.
역사적 경험으로 봐도,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봐도, ‘A라는 제도 내지 B라는 기관을 어떻게 하면 C라는 가치가 무너진다’는 식의 극단적 비관론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제도 개혁 논의를 하는 것은 그러한 제도가 지키려는 대상이 어느 정도는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점규제나 자본시장 정책을 두고 논쟁을 하는 것은 그 대상이 되는 시장경제와 자본시장이 불완전하지만 작동하고 있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영역 자체가 전혀 기능하지 않고 누구도 그걸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런 논의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제도 개혁이 진공 상태의 논리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시대 상황의 산물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개헌의 역사를 보더라도, 1960년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 직후에는 의원내각제가 당연한 귀결이었지만, 1987년 6월에는 대통령제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는데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관한 장단점 분석은 무의미하다.
결국 제도 개혁에 관해 발언하는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성과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는 오히려 그에 앞서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법관의 심증이 중립에서 인용 혹은 기각으로 기우는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지 늘 궁금하지만 끝내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법관들은 어떤 사건이 분쟁으로 비화해 법원까지 가지 않도록 로펌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여기에서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비난해봐야 나아질 것은 없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대화를 해야지.
이 점을 염두에 두면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원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출발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고 한 사람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면 안 된다는 것. 전문가로서 보기에 중요한 문제라도 굳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내 얘기를 들어보라고 강도와 빈도를 높여가는 것보다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차갑고도 따뜻한 자세가 우리를 좀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농축산물 부문이 주요 협상 카드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과 사과 검역 절차 간소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 확대에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소고기와 사과 등에서 시장 개방에 따른 영향을 놓고 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은 광우병 발병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할 경우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
제도 개혁 과정에서 그 분야의 실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들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전문 분야는 오랜 생업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에 이해관계와 편견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은 원래 자기 일이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다. 나 같은 경우, 이혼소송에서는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가 있더라도 남의 일처럼 넘길 수도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청사에 출입하는 행정 절차는 조금만 까다로워져도 불편함을 호소할지 모르겠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은 다른 분야에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고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변화를 압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맡았던 사건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로 시작하는 분석은 대체로 위험하다. 모든 사례를 다 겪어봤을 리 없고 반대의 사례는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개혁이 논의되다 보니 ‘이렇게 하면 결국 범법행위를 막을 수 없어 나라가 망한다’ 또는 ‘저렇게 하면 과도한 규제로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보인다.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 비관적 전망을 만들어내기는 쉽다. 공정거래 정책을 이렇게 하면 시장경제의 수호자인 공정위의 법 집행 기능을 약화시켜 시장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나, 자본시장 규제를 저렇게 바꾸면 자본시장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쳐 기업은 활력을 잃고 외국인 투자가는 떠난다는 비관론을 엮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학폭 사건을 이렇게 하면 학교가 무너진다, 가정법원 사건을 저렇게 하면 당사자들의 삶이 무너진다는 주장을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런 예언이 현실화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내가 변호사 업무를 한 약 20년의 세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제도가 새로 생기고 바뀌었고 수많은 법률이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졌다. 어떤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러면 사회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나 한국의 법치주의는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는 더 발전했다. 한국은 여러 불안한 부분을 안고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봐도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다. 특정 제도가 바뀌었다 해서 나라가 망할 일은 없다.
역사적 경험으로 봐도,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봐도, ‘A라는 제도 내지 B라는 기관을 어떻게 하면 C라는 가치가 무너진다’는 식의 극단적 비관론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제도 개혁 논의를 하는 것은 그러한 제도가 지키려는 대상이 어느 정도는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점규제나 자본시장 정책을 두고 논쟁을 하는 것은 그 대상이 되는 시장경제와 자본시장이 불완전하지만 작동하고 있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영역 자체가 전혀 기능하지 않고 누구도 그걸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런 논의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제도 개혁이 진공 상태의 논리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시대 상황의 산물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개헌의 역사를 보더라도, 1960년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 직후에는 의원내각제가 당연한 귀결이었지만, 1987년 6월에는 대통령제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는데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관한 장단점 분석은 무의미하다.
결국 제도 개혁에 관해 발언하는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성과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는 오히려 그에 앞서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법관의 심증이 중립에서 인용 혹은 기각으로 기우는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지 늘 궁금하지만 끝내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법관들은 어떤 사건이 분쟁으로 비화해 법원까지 가지 않도록 로펌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여기에서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비난해봐야 나아질 것은 없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대화를 해야지.
이 점을 염두에 두면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원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출발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고 한 사람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면 안 된다는 것. 전문가로서 보기에 중요한 문제라도 굳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내 얘기를 들어보라고 강도와 빈도를 높여가는 것보다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차갑고도 따뜻한 자세가 우리를 좀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농축산물 부문이 주요 협상 카드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과 사과 검역 절차 간소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 확대에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소고기와 사과 등에서 시장 개방에 따른 영향을 놓고 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은 광우병 발병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할 경우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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