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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 [정동칼럼] 지지부진 5극 3특과 읍면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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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10-28 13:27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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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을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제주·전북·강원) 체제로 전환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안에 ‘5극 3특’이라는 말이 44번이나 나올 정도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임팩트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5극 3특’이라는 말만 그럴싸할 뿐, 실제 정책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입지 문제다.
전기도 물도 없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지난번 칼럼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남방한계선’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남방한계선’이란, 용인 이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수도권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다. 비수도권에도 많은 대학이 있고, 우수한 인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인재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남방한계선’이라는 얘기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967년에 경북 포항에 인재가 있어서 포항제철을 지었던 것이 아니다.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인재들이 모인 것이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용인에 짓겠다고 하면서 ‘균형발전’이나 ‘5극 3특’을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5극 3특’이 되려면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의 공장도 골고루 분포하는 것이 당연하다.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삼성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전기도 없는 용인에 추진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밀어붙이면 비수도권에는 거대한 송전탑들만 세워지게 된다. 용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탑들이다. 전남, 전북, 충남, 강원, 경북, 충북뿐만 아니라 경기도 안성에도 엄청난 숫자의 송전탑이 들어서게 된다. 이는 비수도권을 용인의 ‘전력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해 시급한 또 다른 과제는 읍면자치다. 지금은 전국 1176개 면과 235개 읍이 자치권이 없는 하부 행정조직으로 돼 있다. 그래서 농촌의 심각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읍면별로 뭔가를 시도하기가 어렵다. 읍면에는 권한도, 예산도 없기 때문이다. 읍면장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순환보직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읍면의 인구를 유입하고 활성화하기는 어렵다. 국토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읍면을 이렇게 놔둔 상태에서 ‘균형발전’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주민자치권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 주민자치회 본격 실시가 국정과제로 되어 있지만 정작 주민자치회 법제화는 아직 진전이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구체적인 입법 추진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고 정부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의 국정과제인 ‘주민 선택 읍면동장제 시범 실시’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추진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에 농어촌 기본소득은 시범 실시를 할 7개 군을 발표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될 정책은 서두르면서, 전국의 모든 농촌에 적용할 수 있는 주민자치 관련 정책은 왜 속도를 내지 못하는지 의문이다.
도시의 동 지역도 주민자치 강화가 필요하지만, 농촌의 경우에는 읍면의 자치권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람이 떠나지 않고 돌아오는 농촌이 되려면 농촌의 의료·교육·돌봄·교통·경제·농업·문화·환경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계획이 의미가 있으려면 군청에서 탁상계획으로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읍면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만드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권한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읍면장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임명되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총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정책에 큰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말로는 수도권 집중 해소를 얘기해왔지만, 실제로 수도권 집중은 심화하기만 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집중이 원인이다.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당장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전면 재검토와 읍면자치 강화다.
위나 장 같은 소화 기관에 심각한 궤양이 생겼을 때 크기·모양이 캡슐형 알약과 비슷한 기기를 환자 입으로 넣어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바이오 프린터’라고 부르는 이 소형 기기는 물을 뿌려 불을 끄듯이 몸속에서 치료제를 뿌려 궤양을 메운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시드 사이언스’를 통해 위와 소장, 대장 등 소화 장기에 생긴 궤양을 치료할 수 있는 새 기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심한 궤양은 현재 수술로 치료한다. 수술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불가피하다. 연구진은 수술 대신 약물을 품은 소화제 크기의 초소형 운반체를 환자 입으로 넣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이 운반체에 바이오 프린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이오 프린터 내부에는 ‘바이오 잉크’라고 부르는 물질이 채워져 있다. 바이오 잉크는 해조류에서 뽑아낸 것으로, 세포가 회복되도록 돕는 궤양 치료약이다.
바이오 프린터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환자가 입으로 삼킨 바이오 프린터는 소화 기관으로 내려간다. 바이오 프린터는 자성에 반응하도록 설계됐는데, 이를 이용해 병원 의료팀은 몸밖에서 자석을 움직여 바이오 프린터를 궤양까지 정확히 이동시킨다.
이동이 끝나면 몸밖에서 바이오 프린터를 겨냥해 적외선을 쏜다. 이러면 바이오 프린터에 충전된 바이오 잉크가 분사된다. 바이오 잉크는 궤양 부위에 딱 붙어 구멍을 메운다.
임무를 마치고 속이 텅 빈 바이오 프린터는 다시 자석에 이끌려 환자 입 밖으로 배출된다. 연구진은 바이오 프린터를 모의 장기와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해 궤양을 메우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궤양 치료 외에도 몸 안의 다친 조직을 복구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라며 “혈관과 복막 조직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1776년은 자유주의 정치경제 사상사에서 기념비적인 해이며, 어쩌면 원년(元年)일지도 모른다. 미국 독립선언서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모두 이해에 출간됐기 때문이다. 전자는 자유주의 정치 질서를 구현하는 원형이라고 할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문서다. 후자는 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어떤 가치를 담고 있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문서다. 그런데 이 1776년에는 결을 달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제임스 와트가 만든 증기기관이 상품화 단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왜 ‘결을 달리한다’고 하는 것인가? 자유주의가 그려내는 사회의 비전과 산업혁명이 그려내는 사회의 비전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18세기 말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마치 같은 뿌리에서 나온 쌍생아처럼 말하곤 하지만, 가만히 따지고 보면 이는 큰 문제가 있는 관점이다. 미국 독립선언서와 미국 헌법, 그리고 <국부론> 모두가 산업혁명 이전의 농경 사회, 기껏해야 농업과 상업이 공존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담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인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그리고 소유권이 보장된다면 이들이 각자 재능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찾아낼 수 있고, 또 이러한 개개인의 행복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하나로 합쳐져서 사회 전체의 조화를 가져온다는 ‘자연적 질서’와 ‘자연적 권리’의 체제. 이것이 바로 두 문서에 공히 나타난 자유주의 사상의 비전이며, 이는 아직 기계제 대공장이 나타나기 이전인 18세기 ‘수공업’ 시대의 반영물에 불과하다.
자유주의 정치경제 질서의 비전과 산업 문명의 비전 사이에 내재한 충돌과 모순은 19세기 말에 이르면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운동의 대두, 다른 한편으로는 호전적 제국주의의 발호라는 모습으로 불거져 나왔다.
거대한 기계가 생산의 주역으로서 새로이 등장한 이상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양대 계급의 출현은 필연적이었으며, 그 사이에 나타나는 극심한 불평등도 필연적인 것이었다. 1848년 이후의 유럽과 미국에는 자유주의적인 정치경제 질서가 확산했지만 헌정주의에 입각한 정치 질서와 시장 경제에 입각한 경제 질서는 계급 모순과 불평등이라는 산업 문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노동자들의 사회주의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자유주의 질서를 근본부터 위협하는 요인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산업 문명은 철도와 증기선을 발명하고 철강과 중화학 공업의 발전을 이루면서 서방 강대국들의 군사적·지정학적 갈등의 무대를 좁은 유럽 대륙이 아닌 전 세계로 확장한다. 식민지의 획득과 영토의 팽창은 다시 값싼 원료와 넓은 상품 시장을 확보해 산업의 폭발적 팽창을 가능케 하면서 되먹임 효과를 낳고 격렬한 제국주의적 대립을 배태해 세력 균형과 자유무역 질서를 근본부터 허물게 되며 결국 1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된다. 사회주의 운동과 제국주의 팽창은 각각 좌파 세력과 우파 세력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공격하는 두 개의 동력으로 자리 잡는다.
결 다른 신자유주의와 디지털혁명
전쟁이 끝나고 1920년대가 되면 자유주의 정치경제 질서의 붕괴를 재촉하는 더욱 극적인 상황이 찾아온다. 지배적인 산업 기술 패러다임이 19세기의 산업 구조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전환하는 일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된 것이다. 1차 세계대전 후반부에 나타난 탱크와 전투기와 잠수함과 독가스는 이제 중화학 공업으로의 산업 기술 전환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생결단의 문제라는 것을 똑똑히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중화학 공업 전환을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금융·투자 조달, 노사 관계 안정화, 상품·원료 판매망 확보 등이 필요했지만 헌정 질서와 시장 경제라는 자유주의의 정치경제 질서가 담보해줄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중화학 공업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적극적 산업 정책과 금융 지배, 노사 관계 집산화, 계획 경제 기능 등을 장착한 새로운 국가와 새로운 경제 질서가 필요했다. 이에 자유주의를 근본부터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를 수립하지 않으면 산업 문명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우파로부터 강력하게 제기되었고, 이에 근거한 혁명적인 움직임이 각국에서 나타났다.
대공황이 터지자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을 필두로 자유주의 질서의 붕괴가 전면화됐다. 이 산업 우파들은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모두 폐기하고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강력한 국가와 집산주의 체제를 수립해 중화학 공업 전환을 완수하고 미국·영국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육성하자고 했으며, 이것이 나치즘 체제의 중요한 이념적 기초가 된다.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됐고, 1930년대 말이 되면 전 세계에 민주주의 국가는 몇개 남지 않게 된다. 자유주의는 이렇게 종말을 고했다.
1989년은 (신)자유주의적 세계 질서 수립의 원년이 되는 해일지도 모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도,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논문이 발표된 것도 이해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내내 자본주의의 경쟁자로 버티던 공산주의가 마침내 무너졌으며, 후쿠야마의 명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이야말로 역사가 마침내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절대 이성의 완성태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는 지구상의 그 누구도 자유주의 정치경제 질서가 당위성과 현실성을 모두 갖춘 체제라는 주장을 부인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한편 1989년에는 산업혁명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건들도 벌어졌다. 월드와이드웹의 구상이 처음으로 나타났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초 버전과 애플 매킨토시 포터블 컴퓨터가 출시된 것도 이해였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은 ‘결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표방하는 민주주의 정치 제도와 시장 경제 질서는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이 활동했던 1970년대 이전의 세상을 맥락으로 해서 생겨난 것이었지만, 디지털 혁명은 그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나타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일국 범위를 넘어선 전 지구적 질서를 야심차게 구상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과 귀결은 서로 전혀 다른 것이었다.
끝없는 진화의 필요성 망각
전 지구적 규모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자본과 상품과 사람의 흐름으로 80억 인류의 경제생활을 구성할 것이며, 또한 자유롭게 이동하는 정보와 의견의 흐름으로 각국의 민주주의 정치 질서를 만들어내고 또 지구적 차원의 ‘거버넌스’도 만들어내자는 것이 구상이었지만, 금융 자본주의와 디지털 혁명이 맞물려서 만들어진 산업 문명의 현실은 이런 구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지구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부가 흐르면서 어디라 할 것 없이 불평등은 극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에 맞먹는 ‘사람’의 흐름으로 인해 이민자 문제가 미국과 유럽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돼 각각 좌파와 우파의 주요한 정치적 레퍼토리가 됐다.
간헐적인 금융위기가 지구 전체를 반복해 휩쓸고 또 여기에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산업 전체의 혁신과 전환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지상과제가 됐고, 디지털 혁명에서 나타난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제 미국과 중국을 위시해 모든 산업국들이 기꺼이 머리를 숙여 마지않는 ‘청동 염소’ 우상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과 로봇의 새로운 산업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헌정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질서를 넘어서야 한다는 흐름이 2020년대 현재 세계 각국에서,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신)자유주의 질서의 종주국이라고 할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도 자유주의 체제가 극우 진영의 도전에 봉착해 조만간 권력을 내어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오늘날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산업 전환과 그것이 공간적으로 전개된 지구화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탈신자유주의의 흐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100년의 시차를 둔 1920년대와 2020년대에 나타나는 이 평행성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고전적인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준칙으로는 산업 문명의 역동성에 충분히 대처할 수 없으며, 그러한 실패가 벌어질 경우 아주 야만적인 세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홉슨과 케인스와 같은 경제학자들, 홉하우스와 듀이와 같은 사회철학자들, 루스벨트와 로이드 조지와 같은 정치가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각자의 영역에서 기존의 자유주의 사상과 질서에 대해 파격적인 혁신과 변모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지적·도덕적 혁신이 영국과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산업사회로의 이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자유주의는 태생적으로 농경 상업 사회에서 형성된 사상이므로 산업사회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산업사회는 새로운 대규모 기술 혁신이 벌어질 때마다 정치경제 질서는 물론 사회 전반에 총체적인 변화를 요구하게 돼 있다. 따라서 자유주의 사상이 계속해서 그 소중한 가치인 자유·평등·연대를 현실에 실현할 수 있으려면 산업사회의 변모에 따라 그 자신이 끝없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100년 전 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이러한 깨달음이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에 걸쳐 (신)자유주의 질서의 쇠퇴를 보고하고 한탄하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것을 어떻게 뿌리부터 개혁해야 자유·평등·연대라는 그 알기의 진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인가의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자유주의의 쇠퇴와 위기는 그 원인이 산업사회의 역동성에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 진정한 원인은 자유주의자들의 교조주의와 나태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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