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균열, 저녁엔 폭싹” 동대문구 공사장 땅꺼짐···상수도 끊겨 주민 불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7-28 08:49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사장에서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해 주민 수십 명이 긴급 대피했다. 현재 임시 복구는 완료됐지만, 상수도 공급이 끊기는 등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동대문구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5분쯤 동대문구 이문2동 복합청사 부설주차장 공사장 인근에서 폭 3m, 깊이 2.6m 규모의 땅 꺼짐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 건물 한 채가 기울며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건물 안에 있던 70대 남성 1명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9시30분쯤 같은 장소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한 대의 뒷바퀴가 침하된 틈에 빠졌고 견인차를 동원해 빠져 나왔다. 동대문구청은 사고 직후 하수관로에 대해 육안 점검과 폐쇄회로(CC)TV 검사를 실시했으나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임시 보수를 완료했다. 그러나 오후에 다시 붕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주민 36명이 인근 호텔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응급 복구 과정에서 사고 지점 반경 30m 이내 상수도 공급이 중단돼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구청은 지하안전 자문단을 구성해 원인 규명 및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체감형 생활복지 사업 ‘찾아가는 빨래방’을 이번 수해지역에 투입했다고 24일 밝혔다.
투입 지역은 산청군·합천군·하동군·의령군 등 집중호우 피해가 큰 4개 지역으로, 빨래방 트럭 7대가 가동되고 있다.
세탁기 4대·전기온수기를 탑재한 2.5t 차량은 4개 지역 마을을 돌며 주민이 가져온 세탁물을 무료로 세탁해 준다.
세탁 트럭은 세탁기를 돌려야 해 전기·상수도가 들어오는 피해지역 마을을 우선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 트럭은 평소에는 시군 전역에 대형 세탁이 어려운 홀로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마음채움 버스’ 사업이다.
평소엔 세탁물이 마를 때까지 휴대전화 사용법 교육 등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치매 예방 교육, 건강상담, 한방진료 등도 진행한다.
경남도는 지난해까지 전액 도비로 이 사업을 해오다 올해부터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지속한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64)는 여성 최초로 세계수학교육심리학회(PME) 회장에 선출됐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두번째다. PME는 수학교육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학회다. 취임을 위해 칠레 산티아고로 출국을 앞둔 권 교수를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직접 들어 본 그의 커리어에는 ‘최초’가 ‘최후’로 그쳐선 안 된다는 사명감이 녹아 있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최초 여성 교수 등의 여러 수식을 가진 연구자로서 또 다른 분야의 ‘첫번째’들을 위해 여성과총에서도 회장을 맡고 있다.
권 교수는 본래 수학을 전공했으나 유학 도중 수학교육 분야로 방향을 넓혔다. 한국에선 통했던 방식이 미국에서 한계에 부딪히면서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 관심을 두게 됐다. 수학 분야에서 여학생, 여성 연구자로서 경험했던 소수자성은 다음에 따라올 이들을 위해 길을 닦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자칭 ‘내향인’인 그는 점차 ‘노력형 인싸’가 됐다.
많은 학생에게 수학은 ‘공포의 과목’이 된 지 오래다. ‘수포자’란 말도 더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권오남 교수는 “수학은 정답보다는 좋은 질문을 기다리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들을 문제풀이 기술자가 아닌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성장시키는 수학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의 답변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수학을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란 고민이 담겨 있었다.
- 보통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이 수학인데요.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수업 중 어려운 산수 문제를 풀도록 저를 자주 칠판 앞으로 부르셨습니다. 책임감과 긴장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그 시간이 저를 수학에 몰입하게 했습니다. 명쾌하게 풀었을 때 쾌감, 복잡한 상황을 간단한 논리로 정리해낼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고 특히 추상적인 개념을 기호화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함축성에도 깊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안동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어요. 그때는 사투리가 더 심했고 새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없었죠. 수학 시간에 떨리지만 손들고 나가서 문제를 풀었고, ‘안동에서 온 애가 수학을 잘한다더라’ 해서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돌이켜 보면 수학이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수학을 좋아한 게 먼저인지, 잘하게 된 게 먼저인지 모르겠어요. 수학을 업으로 삼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건 대학교 와서의 일이에요.”
- 수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수학을 문제를 푸는 스킬(기술)로만 생각하는데 실제 수학자들은 ‘존재하는가’를 물어봅니다. 어떤 현상을 모델링하려면 그것을 단순화, 추상화, 상징화해야 해요. 그런데 해가 없는 방정식이라면 완전히 고생이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그것이 수학적 세계에서 ‘있느냐’를 물어봐야 해요. ‘이 문제에 해가 있는가’를요. 그러니까 수학은 존재에 관한 문제죠. 그 다음으로는 해가 독특하고 고유한가(Uniqueness)를 봐야 합니다. 해법이 하나이거나 적어야 유효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존재성과 유효성이 굉장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 수학이 현실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무엇인가요?
“수학은 복잡한 세상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사고의 틀입니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구조를 발견하는 언어이자 도구죠.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 예측에 사용된 모델링은 현실 세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함으로써 사회적 의사결정에 기여한 대표 사례입니다. 수면 패턴에 관한 연구, 날씨 예측, 인공지능, 버스 도착 시각 같은 모든 것이 다 수학이죠. 단지 문제 푸는 기술을 주로 익히다 보니 학생들이 그걸 인지하지 못합니다.”
- 고등학교 졸업 후 수학교육과에 온 학생들이 그 간극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어떤 반응이 나타나나요?
“전 세계적으로 이중단절(double discontinuity)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과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이 달라 너무나 충격이 큰 것이죠. 고등학교에서는 제일 말단에 있는 (문제풀이) 기술만 하다가, 대학에 와서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하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예비교사들도 현직에 가면 대학에서 배웠던 고민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다시 문제풀이 기술 중심으로 가르칠 가능성이 크지요. 그래서 이 현상을 이중단절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 어떤 계기로 수학교육 분야를 커리어로 삼게 되셨나요?
“한국에서 수학 석사를 끝내고 유학을 갔는데요. 숙제할 때 미국 친구들이 잘 모르는 걸 제가 가르쳐줬거든요. 그런데 그게 몇 년이 지나면 역전이 되더라고요. ‘얘들은 하나도 몰랐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창의적이지?’, ‘왜 이렇게 질문을 잘하지?’ 싶어서 힘들었습니다. 다른 과를 봐도 다들 저처럼 코스웍은 잘하는데 논문 쓰는 걸 힘들어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는 왜 이 문제를 이렇게밖에 보지 못할까’하며 내 탓을 했지만 환경으로 (문제의식이) 확장됐죠. 이건 나만의 사례가 아니라 한국의 교육 상황이 아닌가. 나는 내게 주어진 구조와 교육 환경에서 최선으로 달려왔으니까요. 우리는 이렇게 질문을 안 하는 환경이었구나. 우리가 받아온 교육방식 즉 정답 중심, 설명 암기식 교육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수학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수학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는지를 탐구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수학교육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박사 논문을 한 학기 유예하고 수학교육과에서 연구를 했죠.”
- 여성 연구자로서 수학 분야에서 롤모델을 찾기 어땠나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수학 분야에 여학생과 여성 교수가 매우 소수였다는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990년대 초 이 분야 대가를 기념하는 콘퍼런스에 간 적이 있는데, 발표자 중 여성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교수 부부였던 사람이었어요. 그것이 주는 메시지는 ‘수학자 남편을 두지 않는 한 이 분야에서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였어요. 수학을 공부하는 여학생이 너무 없다는 건 나의 롤모델이 더 없다는 것이니까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이 생물학적인 걸까 사회적인 요인인 걸까 궁금해서 나중에 이런 걸 연구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여성들이 유입을 안 해서 수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대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유입, 성장이 다 문제였죠.”
-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도 ‘여자가 무슨 수학을 하냐’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과 의지를 의심받는 순간들이 있었고, 교육 환경과 정책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학문적 다양성과 공정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연구를 통해 여성과 수학에 관한 통념이 학교와 사회를 통해 증폭된다는 것도 발견했어요. 1995년 <한국여성학>에 발표한 논문인데요. 당시 소위 ‘고3 역전설’이라는 걸 발견하고 너무 놀랐어요. 선생님들이 ‘고2 때는 너희가 잘하는데 고3 돼봐라, 너희 체력도 약하니까 남학생들한테 역전된다’ 이런 말을 명시적으로 한다는 거예요. 당시 인터뷰한 여학생들은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학생들이었는데 ‘고3 역전설이 실현될까 불안해요’, ‘실제로 그렇게 되면 어떡하죠’라는 말을 했어요. ‘수포자’란 말처럼 부정적인 현상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 그게 보통명사가 되는 거예요. 교육에 있어선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는 게 좋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수호자(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라고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이거든요.”
- 한국 수학교육계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주요 고민은 학습 격차와 정답 중심 문화입니다. 가장 정점은 수능이라고 봐요. 수능에서 빠른 시간 내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강조되면서, 사고 과정의 깊이보다 정답 중심 풀이와 문제 유형 암기에 의존하는 학습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수학교육은 이제 ‘얼마나 빨리 푸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고 평가 방식도 기술이 아니라 창의성으로 차근차근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 한국이 선진국을 따라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다면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움직여야 하잖아요. 즉 남이 한 것을 효율적으로 따라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생각해내야 해요. 그것에 맞게 인재상이 변해야 하죠.
물론 수학은 어렵죠. 그렇지만 수학의 말단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풀이 기술 중심인 현 상태를 제일 근본적인 문제 중심으로 돌려야 해요. 시간이 걸려도 하나라도 제대로 하면 기술은 따라옵니다. 이 문제는 총체적인 문제예요. 교육에 둘러싸인 사슬이 너무 많아요. 그 사슬을 어떤 식으로든 자르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무엇을 평가하는지를 바꾸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하나요?
“전 세계적으로 수학교육의 방향은 계산 중심에서 사고 중심, 개념 이해와 실제 문제 해결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탐구학습, 수학적 모델링 등이 강조되며 STEM, 데이터 리터러시, AI 시대에 필요한 수학교육의 실천이 주요 화두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 시대 수학교육의 본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수학교육을 바꾼 사례로는 싱가포르가 있습니다. 창의성을 보는 식으로 채점하는 방식을 바꾼 거예요(싱가포르 수학 시험은 주로 서술형이며 일정 학년 이후에는 계산기를 허용한다). 학생들은 독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데, 독창적이려면 자꾸 질문해야 하잖아요. 그것이 싱가포르의 ‘신의 한 수’였다고 하더라고요.”
-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 누적·반복되는 실패 경험 때문입니다. 정답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수학은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무서운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기도 싫잖아요. 그런데 같이 밥도 먹고 해보면 보는 것과 달리 다음에 또 만나고 싶어질 수도 있어요. 수학을 보는 방식을 이렇게 바꿔야 해요. 이제는 수학을 삶의 현상과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수학에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교실에서 전달해야 합니다.”
- 수학을 포기한, 포기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방법을 권하고 싶으신가요?
“개념 복원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스스로 성공할 수 있는 작고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 수학에 대한 긍정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수학을 못 해’가 아니라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인식의 전환을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또한 부모가 수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자녀의 수학 학습 동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정책적으로 학부모 대상 수학 문해력 교육이나 ‘수학과 삶’을 주제로 한 가족 참여형 워크숍을 지역 단위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수학 체험의 날’, ‘생활 속 수학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회문화적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 아시아 여성 최초 PME 회장 취임을 앞두고 어떤 각오를 하고 있나요?
“아시아 출신으로서는 두번째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회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수학교육 연구 패러다임에 다양성과 포용성이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제 학계와 협력하며, 후속 세대 여성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학문 후속세대에게도 국제 학술 활동의 모델이 돼 더 넓은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자극과 지원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 국제 학계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통 한국 연구자들이 좀 샤이하고 특히 수학하시는 분들은 더 그럴 것 같습니다.
“2001년 이 학회를 한국에선 저 혼자 갔는데요. 소수자성이 너무 심했어요. 흔히 노벨상도 인맥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연구 인용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전 세계를 뒤집을 만한 연구가 아니라면, 논문의 질만으로 인용이 되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제 단독 연구보다 영향력 있는 연구자와의 공동연구가 인용이 많이 되는 식이에요. 그 당시에는 ‘그냥 열심히 해야지’ 했는데, 돌아보니 그랬습니다. 소수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주류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주류에 들어가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거든요. 처음에는 소수자의 위치에서 존재감을 갖기 어려웠지만 묵묵히 연구로 말하고, 질문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2011년 이사회에 들어가 그야말로 주류에 속하게 됐습니다.
제가 사실 내향형(I)이예요. 저도 샤이해요. 우리 과를 보면 우수한 학생이 매우 많은데 그걸 발휘를 못 해요. 국제적 무대도 없고요. 그들에게 길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활동하는 거예요. 제가 걸어온 길, 개척한 길이 힘들었지만 의미 있었거든요. 그들은 제 길을 따라오면서 또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이고 역사를 쓸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걸어가지 않으면 아무도 안 올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하는 것이죠.”
- 여전히 많은 여학생이 수학이 어렵다는 이유로 ‘난 문과야’라고 단정 짓곤 합니다. STEM 분야에 여성 비율이 여전히 낮고요.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수학과 과학은 정답을 맞히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기다리는 분야입니다. STEM은 새로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를 기술로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젊은이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과학기술계는 젠더 다양성에 한계가 있으며 여성의 참여 기회는 구조적으로 제약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수학과 친숙하지 않다고 느낄 때, 그것은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기회의 부족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선과 접근이 필요한 시대인 만큼,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탐색하고 도전해보라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 여성과총과 같은 단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학기술계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여성과총은 단지 ‘여성을 위한 모임’이 아닙니다. 과학기술계는 오랫동안 남성 중심 관행이 누적됐고, 많은 여성 연구자가 경력의 여러 단계에서 유리천장을 경험해왔습니다. 여성과총과 같은 단체는 여성 과학기술인이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전문성을 나누고 지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제도 개선을 위한 집단적 목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다음 세대 여성 인재들이 더욱 주체적으로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과학기술 생태계 전체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합니다. 결국 이는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지속 가능성과 혁신을 위한 필수적 투자이기도 합니다.”
- 지치는 순간에도 교수님을 이 일에 계속 붙들어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수학은 여전히 저에게도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고, 그 질문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교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학생들의 성장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함께 배우는 과정은 교육자로서의 가장 큰 기쁨이며 수학이라는 학문이 품고 있는 지적 아름다움과 구조적 정교함은 여전히 저를 매료시킵니다. 또한 여성과총에서 활동하며 여성 과학기술 전문인들이 성장하고 전문성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큰 기쁨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과학기술계에서 교육이 갖는 영향력, 즉 한 사람의 성장이 곧 사회의 미래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합니다.”
- 앞으로의 커리어 혹은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PME 회장으로서 국제 수학교육의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PME 50주년(2027년) 학회를 주최하는 회장으로서 수학교육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해요. 또 국내 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합니다. 수학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수 및 연구 프로젝트를 확대하고자 하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서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한 정책 연구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 이번 [여자,언니,선배들] 어떠셨나요? 입주자님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
아이들, 에스파, 아이브, 샤이니, 태연, 박재범, 세븐틴, 크래비티….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K팝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뮤직비디오(뮤비) 프로덕션 ‘하이퀄리티피쉬’의 손승희 감독(32)이 뮤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경력 6년차를 맞이한 손승희 감독은 열성적인 K팝 팬덤이 ‘믿고 보는’ 뮤비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6년 동안 버틴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경향신문 여성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손승희 감독에게 ‘K팝의 간판’을 만드는 일의 고민과 기쁨에 관해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손 감...
시즌 6로 돌아온 플랫레터!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밀려드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쉽게 흘려보내기 쉬웠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는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를 넷째 주 화요일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정표이자 버팀목이 된 여자 선배들의 인터뷰 [여자, 선배, 언니들]을 보내드려요.
[플랫레터 구독하기]
경기 가평과 경남 산청 등 폭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 중인 재난 당국이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하며 실종자 찾기에 나섰다. 사고 현장에서 물이 빠지며 수색 여건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산사태 영향으로 도로와 하천의 상태가 엉망인데다,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수색과 피해 복구에 애를 먹고 있다.
23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가평에는 총 883명의 인원과 구조견 7마리, 드론 20기, 헬기 2대 보트 13대 등이 투입됐다.
가평에서는 조종면 마일리 캠핑장을 찾았다가 실종된 일가족 4명 중 2명, 대보교 인근 낚시터에서 차를 타고 빠져나오다 물에 휩쓸린 1명, 덕현리 강변에서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는 1명이 실종된 상태다.
당국은 수색 나흘째인 이날 수색 범위를 전날 팔당댐에서 고양시 김포대교까지 확대했다. 조종면과 상면에 있는 이문안교, 신하교, 대보교 등 다리 주변에서는 굴삭기를 동원해 다리 밑에 쌓인 적치물 등을 치웠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와 하천이 산사태 등 영향으로 엉망인 상태인데다, 30도를 웃도는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가평군의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어제보단 현장 여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도로와 하천의 상태가 좋지 않고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수색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2명이 발생한 산청에서는 닷새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어졌다. 산청에서는 전날 실종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날 오전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12명, 실종 2명으로 파악됐다.
경남소방본부 등은 이날 소방본부 구조대원, 의용소방대, 경찰, 군인 등 425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을 재개했다. 실종 지역은 신등면 율현마을, 신안면 외송마을 2곳으로 80대 남성 2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청군의 이날 낮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소방당국은 “물이 빠지면서 수색 여건이 좀 나아지고는 있다”면서도 “다만 장비 투입을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일일이 살펴봐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사망 21명, 실종 7명 등 2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경기 가평, 충남 서산·예산, 전남 담양, 경남 산청·합천 등 6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가장 어린 나이에 자신의 국적국에 의해 강제이주를 당한 이주민들이 있다. 한국 출신의 해외입양인들이다.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 대부분은 아동복지시설을 거쳐 입양알선기관에 의해 외국의 양부모에게 인도된다.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에는 외국인이 한국에 방문해 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지 않아도 입양이 가능했다. 1980년대 해외 언론은 한국의 입양 시스템을 비판하며, 마치 홈쇼핑하듯 아기를 선택해 입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우편배달 아기(mail-order baby)’라는 표현을 썼다.
해외입양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 및 미혼모 자녀가 대거 발생하자 정부는 이들을 보호할 수단을 찾지 못한 채 외국으로의 입양을 적극 추진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을 미국으로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것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아동복지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곧 구조화됐고 점차 산업화됐다.
이렇게 입양된 이들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공식 통계로 17만명에 달하며, 비공식 누락 인원까지 포함하면 2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외입양은 ‘아동 최선의 이익’을 우선한 결정이 아니었다. 2025년 3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 정리위원회는 1970~1980년대의 일부 해외입양 사건을 조사해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국내 아동복지 체계를 강화하기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해외 입양을 적극 활용했고, 그 과정을 민간 알선기관에 일임하며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56건의 사건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친생부모를 알고 있음에도 아동의 호적을 새로 만들어 부모 동의 없이 입양을 추진한 ‘기아 호적’ 조작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해외입양인은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 친부모의 존재를 알 수 없게 됐고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심지어 입양 수속 중 아동이 사망하자 다른 아동으로 바꿔치기해 입양을 보낸 사례도 있었다. 양부모의 비협조로 인해 국적 취득이 불가능해진 해외입양인들도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만 4만3000여명이 시민권 없이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많은 해외입양인이 한국에서 자신의 기록을 찾고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현행 입양특례법은 친생부모의 ‘명시적 동의’ 없이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로 입양된 마티유 성탄은 수면장애라는 희귀병 치료를 위해 친부모의 유전자 정보가 절실했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입양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 같은 이유로 그 생명을 위한 정보 제공 역시 정당화되어야 한다.
현재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이다. 해외입양인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이 자신의 존재와 역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 1위 아동 수출국’ 오명을 벗기 위해 성찰과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24일 동대문구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5분쯤 동대문구 이문2동 복합청사 부설주차장 공사장 인근에서 폭 3m, 깊이 2.6m 규모의 땅 꺼짐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 건물 한 채가 기울며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건물 안에 있던 70대 남성 1명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9시30분쯤 같은 장소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한 대의 뒷바퀴가 침하된 틈에 빠졌고 견인차를 동원해 빠져 나왔다. 동대문구청은 사고 직후 하수관로에 대해 육안 점검과 폐쇄회로(CC)TV 검사를 실시했으나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임시 보수를 완료했다. 그러나 오후에 다시 붕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주민 36명이 인근 호텔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응급 복구 과정에서 사고 지점 반경 30m 이내 상수도 공급이 중단돼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구청은 지하안전 자문단을 구성해 원인 규명 및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체감형 생활복지 사업 ‘찾아가는 빨래방’을 이번 수해지역에 투입했다고 24일 밝혔다.
투입 지역은 산청군·합천군·하동군·의령군 등 집중호우 피해가 큰 4개 지역으로, 빨래방 트럭 7대가 가동되고 있다.
세탁기 4대·전기온수기를 탑재한 2.5t 차량은 4개 지역 마을을 돌며 주민이 가져온 세탁물을 무료로 세탁해 준다.
세탁 트럭은 세탁기를 돌려야 해 전기·상수도가 들어오는 피해지역 마을을 우선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 트럭은 평소에는 시군 전역에 대형 세탁이 어려운 홀로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마음채움 버스’ 사업이다.
평소엔 세탁물이 마를 때까지 휴대전화 사용법 교육 등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치매 예방 교육, 건강상담, 한방진료 등도 진행한다.
경남도는 지난해까지 전액 도비로 이 사업을 해오다 올해부터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지속한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64)는 여성 최초로 세계수학교육심리학회(PME) 회장에 선출됐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두번째다. PME는 수학교육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학회다. 취임을 위해 칠레 산티아고로 출국을 앞둔 권 교수를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직접 들어 본 그의 커리어에는 ‘최초’가 ‘최후’로 그쳐선 안 된다는 사명감이 녹아 있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최초 여성 교수 등의 여러 수식을 가진 연구자로서 또 다른 분야의 ‘첫번째’들을 위해 여성과총에서도 회장을 맡고 있다.
권 교수는 본래 수학을 전공했으나 유학 도중 수학교육 분야로 방향을 넓혔다. 한국에선 통했던 방식이 미국에서 한계에 부딪히면서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 관심을 두게 됐다. 수학 분야에서 여학생, 여성 연구자로서 경험했던 소수자성은 다음에 따라올 이들을 위해 길을 닦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자칭 ‘내향인’인 그는 점차 ‘노력형 인싸’가 됐다.
많은 학생에게 수학은 ‘공포의 과목’이 된 지 오래다. ‘수포자’란 말도 더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권오남 교수는 “수학은 정답보다는 좋은 질문을 기다리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들을 문제풀이 기술자가 아닌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성장시키는 수학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의 답변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수학을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란 고민이 담겨 있었다.
- 보통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이 수학인데요.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수업 중 어려운 산수 문제를 풀도록 저를 자주 칠판 앞으로 부르셨습니다. 책임감과 긴장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그 시간이 저를 수학에 몰입하게 했습니다. 명쾌하게 풀었을 때 쾌감, 복잡한 상황을 간단한 논리로 정리해낼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고 특히 추상적인 개념을 기호화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함축성에도 깊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안동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어요. 그때는 사투리가 더 심했고 새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없었죠. 수학 시간에 떨리지만 손들고 나가서 문제를 풀었고, ‘안동에서 온 애가 수학을 잘한다더라’ 해서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돌이켜 보면 수학이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수학을 좋아한 게 먼저인지, 잘하게 된 게 먼저인지 모르겠어요. 수학을 업으로 삼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건 대학교 와서의 일이에요.”
- 수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수학을 문제를 푸는 스킬(기술)로만 생각하는데 실제 수학자들은 ‘존재하는가’를 물어봅니다. 어떤 현상을 모델링하려면 그것을 단순화, 추상화, 상징화해야 해요. 그런데 해가 없는 방정식이라면 완전히 고생이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그것이 수학적 세계에서 ‘있느냐’를 물어봐야 해요. ‘이 문제에 해가 있는가’를요. 그러니까 수학은 존재에 관한 문제죠. 그 다음으로는 해가 독특하고 고유한가(Uniqueness)를 봐야 합니다. 해법이 하나이거나 적어야 유효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존재성과 유효성이 굉장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 수학이 현실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무엇인가요?
“수학은 복잡한 세상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사고의 틀입니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구조를 발견하는 언어이자 도구죠.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 예측에 사용된 모델링은 현실 세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함으로써 사회적 의사결정에 기여한 대표 사례입니다. 수면 패턴에 관한 연구, 날씨 예측, 인공지능, 버스 도착 시각 같은 모든 것이 다 수학이죠. 단지 문제 푸는 기술을 주로 익히다 보니 학생들이 그걸 인지하지 못합니다.”
- 고등학교 졸업 후 수학교육과에 온 학생들이 그 간극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어떤 반응이 나타나나요?
“전 세계적으로 이중단절(double discontinuity)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과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이 달라 너무나 충격이 큰 것이죠. 고등학교에서는 제일 말단에 있는 (문제풀이) 기술만 하다가, 대학에 와서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하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예비교사들도 현직에 가면 대학에서 배웠던 고민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다시 문제풀이 기술 중심으로 가르칠 가능성이 크지요. 그래서 이 현상을 이중단절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 어떤 계기로 수학교육 분야를 커리어로 삼게 되셨나요?
“한국에서 수학 석사를 끝내고 유학을 갔는데요. 숙제할 때 미국 친구들이 잘 모르는 걸 제가 가르쳐줬거든요. 그런데 그게 몇 년이 지나면 역전이 되더라고요. ‘얘들은 하나도 몰랐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창의적이지?’, ‘왜 이렇게 질문을 잘하지?’ 싶어서 힘들었습니다. 다른 과를 봐도 다들 저처럼 코스웍은 잘하는데 논문 쓰는 걸 힘들어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는 왜 이 문제를 이렇게밖에 보지 못할까’하며 내 탓을 했지만 환경으로 (문제의식이) 확장됐죠. 이건 나만의 사례가 아니라 한국의 교육 상황이 아닌가. 나는 내게 주어진 구조와 교육 환경에서 최선으로 달려왔으니까요. 우리는 이렇게 질문을 안 하는 환경이었구나. 우리가 받아온 교육방식 즉 정답 중심, 설명 암기식 교육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수학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수학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는지를 탐구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수학교육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박사 논문을 한 학기 유예하고 수학교육과에서 연구를 했죠.”
- 여성 연구자로서 수학 분야에서 롤모델을 찾기 어땠나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수학 분야에 여학생과 여성 교수가 매우 소수였다는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990년대 초 이 분야 대가를 기념하는 콘퍼런스에 간 적이 있는데, 발표자 중 여성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교수 부부였던 사람이었어요. 그것이 주는 메시지는 ‘수학자 남편을 두지 않는 한 이 분야에서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였어요. 수학을 공부하는 여학생이 너무 없다는 건 나의 롤모델이 더 없다는 것이니까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이 생물학적인 걸까 사회적인 요인인 걸까 궁금해서 나중에 이런 걸 연구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여성들이 유입을 안 해서 수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대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유입, 성장이 다 문제였죠.”
-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도 ‘여자가 무슨 수학을 하냐’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과 의지를 의심받는 순간들이 있었고, 교육 환경과 정책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학문적 다양성과 공정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연구를 통해 여성과 수학에 관한 통념이 학교와 사회를 통해 증폭된다는 것도 발견했어요. 1995년 <한국여성학>에 발표한 논문인데요. 당시 소위 ‘고3 역전설’이라는 걸 발견하고 너무 놀랐어요. 선생님들이 ‘고2 때는 너희가 잘하는데 고3 돼봐라, 너희 체력도 약하니까 남학생들한테 역전된다’ 이런 말을 명시적으로 한다는 거예요. 당시 인터뷰한 여학생들은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학생들이었는데 ‘고3 역전설이 실현될까 불안해요’, ‘실제로 그렇게 되면 어떡하죠’라는 말을 했어요. ‘수포자’란 말처럼 부정적인 현상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 그게 보통명사가 되는 거예요. 교육에 있어선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는 게 좋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수호자(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라고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이거든요.”
- 한국 수학교육계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주요 고민은 학습 격차와 정답 중심 문화입니다. 가장 정점은 수능이라고 봐요. 수능에서 빠른 시간 내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강조되면서, 사고 과정의 깊이보다 정답 중심 풀이와 문제 유형 암기에 의존하는 학습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수학교육은 이제 ‘얼마나 빨리 푸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고 평가 방식도 기술이 아니라 창의성으로 차근차근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 한국이 선진국을 따라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다면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움직여야 하잖아요. 즉 남이 한 것을 효율적으로 따라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생각해내야 해요. 그것에 맞게 인재상이 변해야 하죠.
물론 수학은 어렵죠. 그렇지만 수학의 말단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풀이 기술 중심인 현 상태를 제일 근본적인 문제 중심으로 돌려야 해요. 시간이 걸려도 하나라도 제대로 하면 기술은 따라옵니다. 이 문제는 총체적인 문제예요. 교육에 둘러싸인 사슬이 너무 많아요. 그 사슬을 어떤 식으로든 자르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무엇을 평가하는지를 바꾸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하나요?
“전 세계적으로 수학교육의 방향은 계산 중심에서 사고 중심, 개념 이해와 실제 문제 해결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탐구학습, 수학적 모델링 등이 강조되며 STEM, 데이터 리터러시, AI 시대에 필요한 수학교육의 실천이 주요 화두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 시대 수학교육의 본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수학교육을 바꾼 사례로는 싱가포르가 있습니다. 창의성을 보는 식으로 채점하는 방식을 바꾼 거예요(싱가포르 수학 시험은 주로 서술형이며 일정 학년 이후에는 계산기를 허용한다). 학생들은 독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데, 독창적이려면 자꾸 질문해야 하잖아요. 그것이 싱가포르의 ‘신의 한 수’였다고 하더라고요.”
-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 누적·반복되는 실패 경험 때문입니다. 정답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수학은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무서운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기도 싫잖아요. 그런데 같이 밥도 먹고 해보면 보는 것과 달리 다음에 또 만나고 싶어질 수도 있어요. 수학을 보는 방식을 이렇게 바꿔야 해요. 이제는 수학을 삶의 현상과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수학에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교실에서 전달해야 합니다.”
- 수학을 포기한, 포기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방법을 권하고 싶으신가요?
“개념 복원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스스로 성공할 수 있는 작고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 수학에 대한 긍정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수학을 못 해’가 아니라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인식의 전환을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또한 부모가 수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자녀의 수학 학습 동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정책적으로 학부모 대상 수학 문해력 교육이나 ‘수학과 삶’을 주제로 한 가족 참여형 워크숍을 지역 단위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수학 체험의 날’, ‘생활 속 수학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회문화적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 아시아 여성 최초 PME 회장 취임을 앞두고 어떤 각오를 하고 있나요?
“아시아 출신으로서는 두번째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회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수학교육 연구 패러다임에 다양성과 포용성이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제 학계와 협력하며, 후속 세대 여성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학문 후속세대에게도 국제 학술 활동의 모델이 돼 더 넓은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자극과 지원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 국제 학계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통 한국 연구자들이 좀 샤이하고 특히 수학하시는 분들은 더 그럴 것 같습니다.
“2001년 이 학회를 한국에선 저 혼자 갔는데요. 소수자성이 너무 심했어요. 흔히 노벨상도 인맥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연구 인용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전 세계를 뒤집을 만한 연구가 아니라면, 논문의 질만으로 인용이 되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제 단독 연구보다 영향력 있는 연구자와의 공동연구가 인용이 많이 되는 식이에요. 그 당시에는 ‘그냥 열심히 해야지’ 했는데, 돌아보니 그랬습니다. 소수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주류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주류에 들어가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거든요. 처음에는 소수자의 위치에서 존재감을 갖기 어려웠지만 묵묵히 연구로 말하고, 질문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2011년 이사회에 들어가 그야말로 주류에 속하게 됐습니다.
제가 사실 내향형(I)이예요. 저도 샤이해요. 우리 과를 보면 우수한 학생이 매우 많은데 그걸 발휘를 못 해요. 국제적 무대도 없고요. 그들에게 길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활동하는 거예요. 제가 걸어온 길, 개척한 길이 힘들었지만 의미 있었거든요. 그들은 제 길을 따라오면서 또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이고 역사를 쓸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걸어가지 않으면 아무도 안 올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하는 것이죠.”
- 여전히 많은 여학생이 수학이 어렵다는 이유로 ‘난 문과야’라고 단정 짓곤 합니다. STEM 분야에 여성 비율이 여전히 낮고요.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수학과 과학은 정답을 맞히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기다리는 분야입니다. STEM은 새로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를 기술로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젊은이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과학기술계는 젠더 다양성에 한계가 있으며 여성의 참여 기회는 구조적으로 제약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수학과 친숙하지 않다고 느낄 때, 그것은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기회의 부족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선과 접근이 필요한 시대인 만큼,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탐색하고 도전해보라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 여성과총과 같은 단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학기술계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여성과총은 단지 ‘여성을 위한 모임’이 아닙니다. 과학기술계는 오랫동안 남성 중심 관행이 누적됐고, 많은 여성 연구자가 경력의 여러 단계에서 유리천장을 경험해왔습니다. 여성과총과 같은 단체는 여성 과학기술인이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전문성을 나누고 지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제도 개선을 위한 집단적 목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다음 세대 여성 인재들이 더욱 주체적으로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과학기술 생태계 전체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합니다. 결국 이는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지속 가능성과 혁신을 위한 필수적 투자이기도 합니다.”
- 지치는 순간에도 교수님을 이 일에 계속 붙들어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수학은 여전히 저에게도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고, 그 질문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교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학생들의 성장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함께 배우는 과정은 교육자로서의 가장 큰 기쁨이며 수학이라는 학문이 품고 있는 지적 아름다움과 구조적 정교함은 여전히 저를 매료시킵니다. 또한 여성과총에서 활동하며 여성 과학기술 전문인들이 성장하고 전문성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큰 기쁨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과학기술계에서 교육이 갖는 영향력, 즉 한 사람의 성장이 곧 사회의 미래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합니다.”
- 앞으로의 커리어 혹은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PME 회장으로서 국제 수학교육의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PME 50주년(2027년) 학회를 주최하는 회장으로서 수학교육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해요. 또 국내 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합니다. 수학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수 및 연구 프로젝트를 확대하고자 하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서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한 정책 연구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 이번 [여자,언니,선배들] 어떠셨나요? 입주자님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
아이들, 에스파, 아이브, 샤이니, 태연, 박재범, 세븐틴, 크래비티….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K팝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뮤직비디오(뮤비) 프로덕션 ‘하이퀄리티피쉬’의 손승희 감독(32)이 뮤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경력 6년차를 맞이한 손승희 감독은 열성적인 K팝 팬덤이 ‘믿고 보는’ 뮤비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6년 동안 버틴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경향신문 여성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손승희 감독에게 ‘K팝의 간판’을 만드는 일의 고민과 기쁨에 관해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손 감...
시즌 6로 돌아온 플랫레터!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밀려드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쉽게 흘려보내기 쉬웠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는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를 넷째 주 화요일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정표이자 버팀목이 된 여자 선배들의 인터뷰 [여자, 선배, 언니들]을 보내드려요.
[플랫레터 구독하기]
경기 가평과 경남 산청 등 폭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 중인 재난 당국이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하며 실종자 찾기에 나섰다. 사고 현장에서 물이 빠지며 수색 여건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산사태 영향으로 도로와 하천의 상태가 엉망인데다,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수색과 피해 복구에 애를 먹고 있다.
23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가평에는 총 883명의 인원과 구조견 7마리, 드론 20기, 헬기 2대 보트 13대 등이 투입됐다.
가평에서는 조종면 마일리 캠핑장을 찾았다가 실종된 일가족 4명 중 2명, 대보교 인근 낚시터에서 차를 타고 빠져나오다 물에 휩쓸린 1명, 덕현리 강변에서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는 1명이 실종된 상태다.
당국은 수색 나흘째인 이날 수색 범위를 전날 팔당댐에서 고양시 김포대교까지 확대했다. 조종면과 상면에 있는 이문안교, 신하교, 대보교 등 다리 주변에서는 굴삭기를 동원해 다리 밑에 쌓인 적치물 등을 치웠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와 하천이 산사태 등 영향으로 엉망인 상태인데다, 30도를 웃도는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가평군의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어제보단 현장 여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도로와 하천의 상태가 좋지 않고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수색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2명이 발생한 산청에서는 닷새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어졌다. 산청에서는 전날 실종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날 오전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12명, 실종 2명으로 파악됐다.
경남소방본부 등은 이날 소방본부 구조대원, 의용소방대, 경찰, 군인 등 425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을 재개했다. 실종 지역은 신등면 율현마을, 신안면 외송마을 2곳으로 80대 남성 2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청군의 이날 낮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소방당국은 “물이 빠지면서 수색 여건이 좀 나아지고는 있다”면서도 “다만 장비 투입을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일일이 살펴봐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사망 21명, 실종 7명 등 2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경기 가평, 충남 서산·예산, 전남 담양, 경남 산청·합천 등 6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가장 어린 나이에 자신의 국적국에 의해 강제이주를 당한 이주민들이 있다. 한국 출신의 해외입양인들이다.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 대부분은 아동복지시설을 거쳐 입양알선기관에 의해 외국의 양부모에게 인도된다.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에는 외국인이 한국에 방문해 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지 않아도 입양이 가능했다. 1980년대 해외 언론은 한국의 입양 시스템을 비판하며, 마치 홈쇼핑하듯 아기를 선택해 입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우편배달 아기(mail-order baby)’라는 표현을 썼다.
해외입양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 및 미혼모 자녀가 대거 발생하자 정부는 이들을 보호할 수단을 찾지 못한 채 외국으로의 입양을 적극 추진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을 미국으로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것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아동복지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곧 구조화됐고 점차 산업화됐다.
이렇게 입양된 이들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공식 통계로 17만명에 달하며, 비공식 누락 인원까지 포함하면 2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외입양은 ‘아동 최선의 이익’을 우선한 결정이 아니었다. 2025년 3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 정리위원회는 1970~1980년대의 일부 해외입양 사건을 조사해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국내 아동복지 체계를 강화하기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해외 입양을 적극 활용했고, 그 과정을 민간 알선기관에 일임하며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56건의 사건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친생부모를 알고 있음에도 아동의 호적을 새로 만들어 부모 동의 없이 입양을 추진한 ‘기아 호적’ 조작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해외입양인은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 친부모의 존재를 알 수 없게 됐고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심지어 입양 수속 중 아동이 사망하자 다른 아동으로 바꿔치기해 입양을 보낸 사례도 있었다. 양부모의 비협조로 인해 국적 취득이 불가능해진 해외입양인들도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만 4만3000여명이 시민권 없이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많은 해외입양인이 한국에서 자신의 기록을 찾고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현행 입양특례법은 친생부모의 ‘명시적 동의’ 없이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로 입양된 마티유 성탄은 수면장애라는 희귀병 치료를 위해 친부모의 유전자 정보가 절실했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입양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 같은 이유로 그 생명을 위한 정보 제공 역시 정당화되어야 한다.
현재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이다. 해외입양인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이 자신의 존재와 역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 1위 아동 수출국’ 오명을 벗기 위해 성찰과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