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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건물 부숴 자재 훔치고 “재시공 절차” 발뺌···60대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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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8-17 09:22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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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의 동의도 없이 건물을 부수고 자재 등을 훔친 뒤 ‘재시공을 위한 절차’라고 변명한 6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환 부장판사는 절도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61)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양구군에 있는 B씨 집 뒷마당에 있는 찜질방 입구에 놓인 돌계단의 댓돌을 들어내 차량에 실어 가지고 갔다. 이어 전기톱을 이용해 찜질방 측면에 설치된 비가림막을 잘라냈고, 입구에 설치된 계단 틀을 망치로 내리쳐 부쉈다.
이튿날에는 B씨 집 앞마당 정자 위에 놓여 있던 원목 탁자 1개를 차량에 싣는 방법으로 훔쳤다.
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재시공 절차’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했다.
A씨 측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재시공을 위해 비가림막을 잘라내고 계단 틀을 망치로 내리쳤다. 원목 탁자를 가져간 것도 다시 칠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 측이 A씨에게 건축 하자와 관련해 문의하자, A씨가 현장을 방문한 뒤 동의 없이 비가림막을 잘라내고 계단 틀을 부순 점, 당시 B씨 측 항의로 실랑이가 발생한 점, A씨가 재시공 안내를 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유죄로 봤다.
송 부장판사는 “범행 수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과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스트라이크!” 공이 스트라이크 존(타자가 쳐야 한다고 규정된 가상의 공간)을 아슬아슬하게 걸치며 지나간 순간 심판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찰나의 적막. 관중은 이내 심판을 향해 박수를 보냅니다. 심지어 심판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판의 마스크 사이로 미소가 희미하게 퍼집니다. ‘이제 모두 함께 야구를 즐길 때가 왔다’, 손팻말을 흔드는 손이 흥겹습니다.
미국 야구 심판 젠 파월(48)이 지난 11일(현지시간) 150년 동안 단단했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유리천장을 깨뜨렸습니다. MLB 내셔널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정규시즌 경기에 ‘여성 주심’으로서는 처음으로 역사에 남을 출장을 기록한 겁니다. 경기를 마친 파월은 “놀라웠다. 오랜 꿈을 이뤘고 여전히 꿈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미국 외 외신들도 주목할 만큼 파월의 등장은 기념비적이었는데요. 오늘 점선면은 파월의 등장이 왜 의미가 있었는지, 한국의 상황은 어떤지 짚어볼게요.
파월의 등장이 관심을 받은 건 메이저리그의 여성 심판 데뷔가 다른 프로스포츠,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상위 프로스포츠 리그를 기준으로 미국 프로농구에서는 1997년(바이올렛 팔머), 미국 프로풋볼에서는 2012년(섀넌 이스틴) 처음 여성 심판이 나왔고요. 유럽 축구리그는 2017년 독일 분데스리가(비비아나 슈타인하우스), 2023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레베카 웰치), 2024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마르타 우에르타 데 아사)에서 여성 주심이 처음 그라운드에 섰습니다.
한국 역시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중 프로야구만 여성 심판이 없습니다. 프로축구는 1999년 임은주 심판, 프로배구는 2006년 정말순 심판, 프로농구는 2007년 박윤선 심판이 각각 주심으로 데뷔했는데요. 프로야구는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에도 여성 심판이 없습니다. 1군 경기 심판이 되려면 심판 공채시험에 합격해 2군에서 약 5년 정도 활동해야 하는 만큼 첫 여성 주심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요.
가장 근접한 여성 심판은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소속 김민서 심판입니다. 12년차 심판인 그는 점선면과 통화하면서 “메이저리그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단계가 잘 갖춰져서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한국은 2군 리그 전 단계가 부족하다”며 “현재 (야구계에는) ‘기존 남성 심판들만으로 잘 되는데 굳이 오랜 시간 투자를 해서 여성 심판을 배출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어요.
야구에서 유독 유리천장이 두꺼운 건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는 남자, 소프트볼(부드러운 공을 사용하는 등 야구를 변형한 종목)은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는 점이 큽니다. 야구에 관심 있는 여성들에게 소프트볼을 권하는 분위기 속 접근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프로리그는커녕 실업리그나 학교 여자 야구부조차 없습니다. 고교야구리그 화성동탄BC 소속 손가은 선수는 출전마다 ‘최초’라는 이름표를 수집할 정도입니다. 그는 소프트볼도 해봤지만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낮은 접근성 때문인지 야구계에는 전반적으로 여성이 드뭅니다. 2025년 기준 스포츠지원포털에 등록된 전국의 남자 야구 지도자는 1253명, 여자 야구 지도자는 1명입니다. 유일한 여성 야구 지도자인 한승희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 감독은 지난달 2일 “아직 프로팀(감독)은 꿈도 못 꾸는 현실이지만 여성이 야구를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가은 선수도 “한국에서는 야구를 하면서 돈을 벌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여성은 야구를 하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여성을 함께 경기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아니라 성적 대상화하거나 주변화하는 문화도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시구자, 치어리더, 아나운서 등 중계 카메라가 여성을 어떻게 비추는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요. 이순철 SBS 야구 해설위원은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한 선수의 부진을 “와이프가 잘해야 된다”며 아내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선수에겐 사과했지만 성차별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데 대한 징계는 없었습니다.
관중들에 대한 성차별도 있습니다. 2022년 5월 한 경기에서 김수환 캐스터는 “여성 팬들은 안타인 줄 아셨던 것 같은데요. 파울이었습니다”라고 하고, 박재홍 해설위원은 “여성분들은 일단 (공이) 맞으면 환호하죠”라고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일부 관중들은 야구장에서 다른 관중으로부터 “여자들은 뭣도 모르면서 여길 왜 오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요, 일부 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구단 팬들이 어느 구단 팬보다 예쁘다”, “못생긴 여자 팬들은 스케치북 들지 말라”는 식의 외모 평가까지 일삼습니다.
그럼 같은 프로야구인데 미국에선 어떻게 젠 파월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우선 체계적인 채용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이 꼽힙니다. MLB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소프트볼 선수 출신인 파월은 은퇴 후 한동안 미술 교사로 일하다가 10년 전인 2015년 일종의 공개 오디션인 MLB 심판 트라이아웃 캠프를 통해 입문했습니다. 이 캠프는 무료로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파월은 캠프를 나온 뒤 2016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1200경기 이상 심판을 봤습니다. 현재 파월을 비롯해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하는 여성 심판은 8명입니다.
미국이 1972년 성차별금지법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틀 나인(Title IX)’법을 제정하고, 스포츠 영역에서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 성차별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점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법 시행 전인 1971년 미국 여자 고교생은 27명 중 1명꼴로 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2002년에는 2.5명 중 1명 참여로 늘었습니다. MLB는 2010년대부터 ‘다양성 파이프라인(Diversity Pipeline)’ 계획에 따라 여성·소수인종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주류 스포츠 영역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2026년 출범을 목표로 여자프로야구리그(WPBL)가 추진 중인데요. 지난해 월트디즈니의 CEO 부부가 미국 여자프로축구리그 LA 연고팀 엔젤시티FC 지배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 여성 프로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는 데서 가능성을 본 겁니다. 당시 엔젤시티FC는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차별에 맞선 선구자들의 노력도 젠 파월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됐을 것입니다. 미국 야구사엔 1972년 MLB 심판이 되기 위해 평등권 소송을 제기해 3년 만에 승소한 버니스 게라, 13년간 심판으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을 받았던 팸 포스테마, 상위 리그 승격에 남성 심판들의 방해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왔던 리아 코르테시오 등의 발자취가 선명합니다.
미국 사례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요. 프로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여성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달렸습니다. 최근 프로야구 흥행 배경에는 여성 관객 수 증가도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프로야구 기존 관람객 중 여성 비율은 37.2%였는데 신규 관람객 중 비율은 48.6%였습니다. 남성 위주의 관람 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이죠. 장기적으로 야구판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여성 야구인력 양성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여성이 야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김민서 심판은 통화에서 “현재 여성 야구는 사회인 중심인데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 심판에 대해서는 “KBO가 체계를 잘 갖춰 준비한다면 10년 뒤엔 프로 경기를 뛰는 여성 심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심판은 개인적으로는 ‘올림픽 심판’이 꿈이라고 밝혔는데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그게 한국 프로야구 최초 여성 주심 탄생의 ‘베이스’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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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주한외교단과 만난 만찬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신뢰해준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외국인 혐오 정서나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등 문제들에 대해서 충분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와 국제기구 대표 등 126명을 초청해 만찬을 진행했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대사,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이 파견한 첫 특사단장들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 관계부처 장관, 경제 단체장 등도 초대돼 약 170명이 만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작년 비상계엄 이후 국내 정치적 혼란 때문에 외교관 여러분들도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민주주의 회복력과 우리 국민의 저력을 일관되게 신뢰해주신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 간 관계의 출발점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소통이고, 이러한 교류는 개인적 유대감을 낳는다”며 “나이도 성별도 성장 환경도 다른 데다 때로는 정치적 배경까지 서로 다르지만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다 보면 의외로 공통점도 많고 오래된 친구처럼 친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하반기에는 여러 다자 정상회의들이 예정돼있다”며 “9월 유엔총회, 10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그리고 경주 APEC 정상회의,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연이어 개최된다. 다양한 계기에 여러분 국가의 정상과도 만나 소통할 기회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된 이주노동자 처우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거창한 구호보다 바로 우리 옆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편견을 없애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최근 한국 내 일각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외국인 혐오 정서나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등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을 들며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연일 음원 재생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보여주는 것처럼 문화는 더이상 지리적, 언어적 한계가 없는 글로벌 공동체”라며 “문화의 힘으로 우리는 더욱 연대하고,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감색 양복에 자줏빛 넥타이를, 김혜경 여사는 옅은 분홍빛 한복을 입고 만찬에 참석했다. 참석자 중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는 하늘색·푸른색·보라색이 섞인 한복 저고리와 치마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 연단 걸개에는 청와대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와 민화를 대표하는 까치호랑이가 담겼다.
만찬 메뉴로는 광양 매실 젤리와 고흥 유자청 소스를 곁들인 동해산 가리비, 완도산 전복, 제주 무청 시래기를 곁들인 연잎 한우 갈비찜, 신안 민어 맑은국 등이 올랐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홍보하기 위한 경주 연잎차와 황남빵을 활용한 디저트도 소개됐다. 만찬주로는 경주 최부잣집의 가양주인 대몽재가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면서도 과거사 문제를 직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과거사 문제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교류·협력에서는 미래지향적 신뢰 관계를 구축하자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관된 대일 정책 기조에 바탕을 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일본 측에 신뢰 형성을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광복 8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경축사에서 과거사 관련 언급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시고,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며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과거’나 ‘과거사’ 문제가 거론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경축사 대일 메시지의 무게 중심을 과거사 언급에 두기보다는 ‘미래’와 ‘협력’, ‘신뢰’ 등에 비중을 뒀다.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동시에 한·일 수교 60년이 되는 해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는 표현은 이번 경축사에서도 그대로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미래지향적 협력의 주요 분야로 경제·산업 부문을 언급하며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를 함께 대비하자는 메시지다. 이재명 정부 외교의 대원칙인 국익 최우선 실용외교의 틀이 대일 외교에도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과의 셔틀외교 복원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보다 대일 메시지가 간결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직접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과 협력 강화를 보여주면 된다는 실용주의 외교 노선의 단면으로 해석된다.
오는 23~24일 일본 도쿄를 방문하는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만찬 회동을 통해 이날 밝힌 대일 기조·원칙을 보다 심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패전 80년을 맞아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8·15 전몰자 추도사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구속되면서 지난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무혐의’로 발표한 서울중앙지검의 처지가 군색해졌다. 민중기 특검팀이 10개월만에 이 결론은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증권시장의 거래질서를 심대하게 교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기존 검찰 수사팀과 달리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다. 2009년부터 3년간 진행된 김 여사와 미래에셋증권 직원 간 통화 녹취록에는 ‘계좌 관리자(블랙펄인베스트) 측에 40%에 이르는 고율의 수익금을 줘야 한다’ 등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한 정황이 담겼다. 이 녹취는 증권사 서버에 저장돼 있었는데 기존 수사팀은 이 사건을 4년6개월 동안 수사하면서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또 특검은 1차 주가조작 시기가 죄를 물을 수 없게 된 시점의 일이라고 해도 ‘1차 주포자로부터 받은 손실보전금 4700만원’을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한 정황으로 봤다.
특검에서 주요하게 본 또 다른 증거는 김 여사의 차명계좌다. 특검은 김 여사가 그의 측근인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차명으로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하고 별도의 수익을 거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콘텐츠에서 2011년 사내이사로 일했다. 김 여사가 차명계좌를 이용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 증거도 기존 수사팀은 확보하지 못했다.
기존 수사팀에 대한 책임론은 이미 이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질 때부터 예견됐다. 지난해 10월 중앙지검이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뒤 ‘봐주기 수사’ 논란이 거세졌다. 수사팀은 김 여사를 단 한 차례 불러 조사했는데, 그마저도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조사했다. 김 여사가 “모른다” “기억 안 난다”고만 했던 진술을 수긍해 김 여사를 ‘일반투자자’라고 결론지었다.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해 핵심 인물들에 대한 재조사도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서울고검이 재기수사를 결정하자 사실상 검찰이 기존 수사팀의 수사를 ‘특혜·봐주기’였다고 자인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 사건으로 김 여사가 구속되면서 기존 수사팀을 향한 책임론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4년6개월 동안 핵심 증거들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점이 실제 드러난 만큼 수사미비 책임이 제기된다. 김 여사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다면 기존 수사팀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는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등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직권을 남용하는 등 수사를 고의로 지연·은폐하거나 비호’ 했다면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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